[친절한 판례氏]오토바이 훔친 중학생에 총 쏜 경찰…"위법"

머니투데이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8.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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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경찰 과잉대응으로 발생한 피해…"국가가 배상해야"

편집자주 [친절한 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친절한 판례氏]오토바이 훔친 중학생에 총 쏜 경찰…"위법"


공무원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근무자들이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국민에게 손해를 입게 하면 그들이 속한 국가·지자체가 대신 손해를 배상(국가배상법 제2조)해주는 것이 '국가배상'이다. 공무원 등의 행위가 고의나 과실로 인한 것이었더라도 이들이 '근무 중'에 한 행위가 아니라거나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던 경우라면 국가나 지자체가 대신 배상할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해 경찰 공무원이 절도범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범인을 다치게 한 경우 그 손해가 법령을 위반한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므로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2003다57956)가 있다.

중학생인 A군과 B군은 새벽 4시 경 50㏄ 오토바이 한 대를 훔쳤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이들은 또 다른 친구인 C군을 만났다. C군은 A군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가던 중 교통단속을 하던 순찰차량과 마주쳤다. 그들은 순경으로부터 검문을 받게 되자 오타바이를 훔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도망쳤다.



약 7㎞의 추격과정에서 수차례의 정지요구를 무시한 채 불법유턴 등을 감행하며 도로를 질주하는 학생들에게 순경은 "서지 않으면 쏜다"고 경고방송을 했다. 이 순경은 공중을 향해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발사했으나 A군 등은 끝내 도주를 멈추지 않았다. 순경은 약 20미터 전방에서 오토바이 정차를 유도할 목적으로 실탄 한 발을 발사했으나 조준이 실패했다. 실탄은 A군의 복부를 관통했다.

A군 측은 국가 공무원인 순경의 실수로 A군이 총상을 입은 데 대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공무원의 공무집행 과정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또 순경이 A군을 실수로 쏜 것도 공무집행에 상당한 범위의 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

대법원은 순경의 행위가 공무집행에 상당한 범위를 벗어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A군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도주의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를 억제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에도 무기는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한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찰관의 무기 사용이 필요한 한도 내 사용이었는지 여부는 범죄의 종류, 죄질, 피해법익의 경중, 위해의 급박성, 저항의 강약, 범인과 경찰관의 수, 무기의 종류, 무기 사용의 태양, 주변의 상황 등을 고려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평가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특히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큰 권총의 사용에 있어서는 그 요건을 더욱 엄격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경찰관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무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사용은 '사회통념상의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주 내에서만 가능하다. 특히 사람에게도 위해 가능성이 큰 권총은 더 간절한 필요성과 상당성이 요구될 때에만 사용이 허락된다.

당시 순찰차와 추격전을 벌인 오토바이에 탑승한 A군과 C군은 15~16세 정도에 불과한 학생이었다. 비록 이들이 교통단속을 하던 경찰관의 검문에 불응하며 도주했지만 추격하는 경찰관을 위협하거나 거칠게 저항하지는 않은 채 단순히 도주만 계속했다. 이들이 탄 오토바이는 50㏄에 불과한 소형으로 순찰차가 충분히 거리를 근접하면서 추격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계속 추격하거나 다른 경찰관에게 연락해 범인을 검거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순경이 오토바이 바퀴를 맞추려 실탄을 발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총기사용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결국 대한민국은 순경의 과실로 발생한 A군의 피해를 국가배상법에 따라 대신 배상을 해줘야 했다.

◇ 판결 팁 = 국가배상법은 헌법 제29조 제1항의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바탕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나 지자체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나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공무원 이외에 공무를 위탁받아 집행하는 자(공무원 등)가 △권력작용이나 관리작용을 행해야 하고 △공무원 등의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며 △이들의 행위가 법령을 위반해 위법한 것이면서 △이들의 직무상의 위법행위와 발생한 타인의 손해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여야 한다.

이같은 국가배상제도는 국민이 공무원 등의 행위로 입은 피해를 국가 등을 통해 좀 더 확실히 배상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다. 이를 통해 위법 행위를 한 장본인인 공무원 등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국민에게 배상한 금액을 다시 공무원 등에게 돌려달라고 청구해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국가의 권리를 '구상권'이라 한다.

◇ 관련 조항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4(무기의 사용)
①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범인의 도주 방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ㆍ신체의 방어 및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제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쳐서는 아니 된다.
1. 「형법」에 규정된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에 해당할 때
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 그 행위를 방지하거나 그 행위자를 체포하기 위하여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나. 체포ㆍ구속영장과 압수ㆍ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항거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다. 제3자가 가목 또는 나목에 해당하는 사람을 도주시키려고 경찰관에게 항거할 때
라. 범인이나 소요를 일으킨 사람이 무기ㆍ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경찰관으로부터 3회 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명령이나 항복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아니하면서 계속 항거할 때
3. 대간첩 작전 수행 과정에서 무장간첩이 항복하라는 경찰관의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아니할 때
② 제1항에서 "무기"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도록 제작된 권총ㆍ소총ㆍ도검 등을 말한다.
③ 대간첩ㆍ대테러 작전 등 국가안전에 관련되는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개인화기(개인화기) 외에 공용화기(공용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

- 국가배상법
제2조(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향토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전사)·순직(순직)하거나 공상(공상)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구상)할 수 있다.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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