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株 과잉규제, 불투명 시장으로 내몰리는 투자자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6.08.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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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10% 양도세'에 기업공시부담 과중, "시장 非효율 부담은 투자자·기업몫"

비상장株 과잉규제, 불투명 시장으로 내몰리는 투자자들


상장주식에 비해 엄격하게 적용되는 세제정책이 비상장주식 투자자들을 불투명한 사설시장으로 내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상장주식 시장종목에 대한 공시규제 역시 대형 우량 비상장주의 정규시장 진입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한국장외시장) 부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출입기자 대상 세미나에서 "불법 브로커들이 판치는 사설시장으로 투자자들이 이동하는 주요 유인 중에 비상장주식에 불리한 세금제도가 있다"며 "이미 발행된 주식이 거래될 때 기업에 공시부담을 지우는 것도 대형 우량 비상장주의 정규 장외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코스피·코스닥이나 코넥스 등 정규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주식회사들의 주식도 발행·유통시장에서 거래되곤 한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금투협 산하의 K-OTC나 개인간 직접거래를 통해서만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명목상 개인직접거래로 이뤄지는 비상장주식 거래의 대부분이 K-OTC가 아닌 사설시장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금투협 측의 분석이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실물형태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K-OTC의 일평균 거래금액은 10억원 선에 그치는 반면 사설시장에서 불법 브로커를 통한 거래는 5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적 근거를 갖추고 출범한 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다. 소액투자자가 상장주식에 투자를 할 때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면제되고 거래세만 부담하면 된다. 반면 비상장주의 경우 소액투자자라고 하더라도 양도차익의 10%(대주주의 경우 30%)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아울러 이미 발행된 주식이 유통시장에서 매매되는 과정에서도 비상장주식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다수 투자자들에게 지분이 분산돼 있는 주식회사의 특성상 투자자들이 특정 비상장 종목의 주식을 매매할 때 매수자가 50인 이상일 경우 자본시장법상 '매출'(기발행주식을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매도·매수를 권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모집(50인 이상 투자자들에게 신규발행 주식의 취득을 권하는 행위)과 마찬가지로 매출을 할 때에도 해당주식의 발행사는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신고서 등을 공시해야 한다. 상장주식이 유통시장에서의 매매될 때는 '매출'에서 제외되나 비상장주식이 유통시장에서 거래될 때는 '매출'로 간주된다. 투자자간 지분거래가 있을 때마다 실제 공모를 한 적도 없는 발행사가 공시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카드, LG CNS, 동부생명 등 우량 비상장종목이 K-OTC에 진입하지 못한 채 개인간 매매나 불법 브로커를 끼고 거래된다. 이들 5개 종목의 경우 평균 연매출이 3조1200억원에 달하고 주주의 수도 수천 명에 달한다.

하지만 비상장주 매매를 '매출'로 간주하는 현행 법령체계 때문에 이들 우량주가 정규시장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K-OTC시장에서 거래되는 137개사 중 자발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42개 등록회사와 일정기준에 따라 금투협이 K-OTC종목으로 지정하는 95개 지정회사의 지난해 연평균 매출은 각각 275억원, 4168억원으로 앞서 언급한 현대엔지니어링 등 우량 비상장사에 비해 훨씬 영세하다. 유연성 없는 규제로 인해 우량사가 법적근거 있는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제나 공시규제 등으로 투자자들이 비정규시장으로 쏠리고 우량 비상장사의 시장진입이 가로막힐 때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투자자와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일반 장외시장은 사기나 연락두절 등 거래상대방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투자결정에 필수적인 기업정보를 얻기가 무척 어렵다. 일부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거래정보도 K-OTC시장에 비해 투명하지 않은 데다 신뢰성도 낮다는 평가다.

한 부장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투자수단이 필요한 투자자들에게는 대체투자 대상이자 기업에는 유연한 자금조달을 가능케 하는 게 비상장주식 시장"이라며 "코스피·코스닥 등 정규시장 뿐 아니라 비상장주 시장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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