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살리기' 나선 美재무부…"EC, 초국적 과세당국"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6.08.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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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백서 통해 EC 비판…내달 결과 따라 "대응방안 모색" 보복조치 시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다음달 애플에 대한 최대 수백억유로의 세금 추징 발표를 앞둔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마지막 경고장을 날렸다.



미국 재무부는 24일(현지시간)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의 명의로 발간된 백서를 통해 "유럽 당국이 초국가적 과세당국(supranational tax authority)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에 대한 추가 과세는 세제 개혁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위협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재무부는 해당 행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이전가격(transfer-pricing)에 대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전가격은 다국적기업이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 간에 원재료나 제품·용역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가격이다.



애플이나 구글 등 다국적기업들은 각국마다 세금의 종류나 세율이 다른 점을 이용, 이전가격을 조작해 조세를 회피해왔다. 사업 비용은 세율이 높은 국가로 수익은 세율이 낮은 국가로 넘겨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에 EU는 다국적기업들이 세금부담을 덜기 위해 이전가격을 조작하는 행위를 근절한다며 2013년 중반부터 수사를 해왔다. EC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애플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혀왔지만 미국과의 마찰 우려에 발표를 미뤘다.

특히 애플의 경우 아일랜드에서 적용받는 실효 세율이 2%에 불과한다. 공식 법인세율인 12.5%는 물론, EU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인 23%, 최고 35%인 미국의 법인세율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 재무부는 백서에서 "EC가 현재의 경로를 고수한다면 미국 재무부도 적절한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며 보복조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EC 측은 미국 기업만을 타깃으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며 EU의 법은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앞서 올초 미국 상원 재정위원회는 EC가 애플에 아일랜드에서 그동안 덜 낸 세금을 내라고 결정하면 미국에서 영업하는 유럽 기업들에 이중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루 재무장관에게 요구했다.

EC는 이미 네덜란드에 스타벅스 체납세금 2000만~3000만유로를 추가로 징수할 것을 요구했다. 또 룩셈부르크에도 피아트크라이슬러로부터 비슷한 금액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EC가 애플에 부과할 체납세금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다. 애플의 투자자문사인 JP모간은 애플이 최악의 경우 190억유로(약 23조910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애플이 현지 과세체계에 충실히 따랐고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선 "만일 애플이 브뤼셀 당국으로부터 공정한 답변을 듣지 못한다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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