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입맛 잃은' 음식료주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6.08.2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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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380,000원 ▲500 +0.13%) 빙그레 (65,100원 ▲600 +0.93%) 크라운제과 (5,850원 ▲110 +1.92%) 등 음식료주가 25일 실적 부진 여파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특히 빙그레와 크라운제과의 경우 기대를 걸었던 빙과 부문 매출이 폭염 여파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여름밤의 악몽’을 겪고 있다.



빙그레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1시31분 현재 전일대비 300원(0.54%) 오른 5만6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빙그레는 장중 5만5500원을 기록,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2012년 이후 최저가다.



◇빙그레 '한여름밤의 악몽'=이달 들어서도 6만원대에서 거래되던 빙그레는 지난 12일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빙그레는 12일 장종료 후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1%, 36% 감소한 2328억원, 1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39% 하회했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6만4300원을 기록했던 빙그레 주가는 연일 약세를 기록하며 하락했다. 2주도 안돼 13% 이상 주가가 하락한 셈이다.

빙그레의 2분기 실적이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빙그레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아이스크림 매출이 기대치를 하회한 반면 기존 핵심제품 및 신제품 광고로 인한 광고 선전비가 전년대비 36%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2분기 국내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존 추정치 3% 감소의 3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커피, 탄산수 등 아이스크림의 대체재가 늘어난 데다 하겐다즈, 매그넘 등 수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가격 할인정책 등을 고수하며 국내 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국내 빙과 업체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7, 8월 체감온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빙과류 보다는 커피 등 다른 대체재를 선호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3분기 실적도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빙그레와 해태제과의 7월 빙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2%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빙그레에 대한 목표주가 하향도 줄을 잇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빙그레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8만원에서 6만7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현대증권도 최근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내리고 목표주가도 8만원에서 6만8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예상보다 더딘 아이스크림 매출 회복과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반영해 2016년과 2017년 주당순이익(PES) 추정치를 각각 19.2%, 7.1% 하향조정했다”고 말했다.

◇크라운제과·농심, 혁신이 재앙으로=◇지난해 이맘때쯤 9만원을 넘어섰던 크라운제과 (5,850원 ▲110 +1.92%)도 이날 3만1250원을 기록,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1년새 주가가 1/3로 쪼그라든 모양새다. 농심은 장중 30만5000원을 기록, 52주 최저가를 다시 썼다. 1월 중순 54만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약 40% 이상 하락한 숫자다.

크라운제과와 농심의 주가 하락은 ‘허니버터’와 ‘짜왕’이라는 혁신적인 신제품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다. 내수 부진과 함께 신제품의 판관비 증가, 신제품 판매호조에 따른 역 기저효과 발생이 실적 부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 브랜드의 대체 먹을거리와 HMR(간편가정식)이 각광 받고 있는 현상도 이들의 주가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최근 시장 움직임이 미국의 경기호조와 글로벌 유동성을 중심으로 IT(정보기술), 화학, 철강 등 경기주에 기댄 점이 크다는 점에서 경기 방어주 성격인 음식료주가 설 자리가 줄어든 것도 음식료주의 주가 부진에 한몫 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농심 외에 현대그린푸드 롯데칠성 등은 실적발표 이후 역사적 밴드 하단까지 추가 하락했다”며 “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 출시와 기존 제품의 공격적인 라인업 확대로 시장 부진을 탈피할 계획인데 실적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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