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한국에 온 난민은 정말 '떼돈'을 받을까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6.08.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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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난민신청자 중 생계비 지원은 6.5%… 6개월 간 취업 불가

편집자주 '법'이라면 언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멀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받아 볼 때도, 당장 살 집을 얻을 때도 우리 삶에 법과 관련없는 것은 없죠. '법' 대로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생활 속의 소소한 질문들을 알아봅니다.

[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한국에 온 난민은 정말 '떼돈'을 받을까


먼지와 피로 온 몸이 뒤덮인 꼬마 아이가 붉은 의자에 앉아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 피에 엉겨붙은 먼지때문에 생김새조차 알아보기 힘들지만, 그 눈빛 만큼은 한 눈에 들어온다. 어떤 기대와 희망도 없는, 체념한 듯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멍하니 바라보는 눈빛. 지난 17일 시리아 북부 알레포 공습으로 폐허가 된 집에서 구조된 다섯살 아이의 이름은 옴란 다크니시. 이날 공습으로 이 아이는 열 살 형과 살던 집을 잃었다.



옴란의 사진이 공개되자 전쟁과 난민은 다시 국제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사진 속 전쟁 피해자는 동정의 대상이 되지만, 그곳을 살아서 도망쳐 나온 이들은 난민이란 이름의 잠재적 테러리스트 또는 세금 도둑으로 취급받곤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이지만 난민은 여전히 낯설다. 난민과 관련한 글에는 어김없이 '세금내는 자국민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는 불청객'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한국에 온 난민들에게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을까. 지난 한해 5711명이 한국에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을 했다. 이중 105명이 난민 인정을, 194명이 인도적체류허가를 받았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정말 '자국민도 받지 못하는' 굉장한 지원을 받고 있을까.

난민신청자 6개월간 취업 금지…생계비 지원 신청자 중 6.5%만 받아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을 한 사람(난민신청자)은 난민법에 따라 난민 신청 후 6개월까지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1인 가구 기준 생계비 지원액은 월 41만8400원으로 지난해보다 9400원 올랐다. 올해 보건복지부 기준 1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64만9932원이다.


물론 모든 난민신청자가 생계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산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계비 지급액은 5억1694만원으로 589명이 생계비를 신청해 373명이 지원을 받았다. 난민 신청자 5711명 중 10%가 생계비를 신청했고, 6.5%가 지원을 받았다. 법무부는 올해 생계비 지원 예산으로 8억1700만원을 책정했다.

누구에게 얼마나 생계비를 지원할 지는 법무부가 정하는데, 법무부는 내부 기준에 따라 국내체류기간, 취업활동 여부, 부양가족 유무, 생활여건 등을 고려해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급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해에는 난민 신청을 한 에디오피아 임산부가 생계비 신청을 했지만 문자메시지로 지급 거부 통보를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선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6개월까지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실제 지난 해 1인당 평균 생계비 지원 기간은 3개월10일 정도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에서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가 생계비 지원 신청를 받아 지급 결정을 하는데 약 2개월이 걸렸다. 난민 신청 후 6개월까지만 생계비가 지급되기 때문에 법무부 심사가 길어지면 그만큼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든다.

사실 난민 신청 후 6개월까지 생계비를 지원하는 이유는, 그 기간동안 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난민신청자는 신청 후 6개월까지 난민 인정 여부에 대한 결정을 받지 못하면 취업 허가를 받고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취업 허가를 받으려면 고용계약서와 사업자등록이 필요하다.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미리 취직이 돼야 취업 허가를 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셈이다.

의료지원 가능…10명 중 9.6명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거주민

난민신청자는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난민신청자 중 390명에게 3009만5000원의 의료비가 지급됐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에서는 3건, 인천공항에서는 2건, 기타 지역에서 8건의 의료비 지원이 이뤄졌다. 나머지 377건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 의료지원이 있었다. 사실상 의료 지원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서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는 법무부가 난민신청자에게 거주 지원을 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난민법에 따르면 정부는 난민신청자에게 거주 지원을 할 수 있는데 정부가 마련한 유일한 난민신청자 거주 시설이다. 난민신청자는 역시 난민 신청 후 6개월까지 이곳에서 거주할 수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재정착 난민 등 난민인정자도 이곳에서 지낼 수 있다.

공짜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으니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이용하고 싶어 할 것 같지만 지난해 114명이 신청을 해서 실제 112명이 입소했다. 1년간 입소 가능 인원이 164명이니 정원 미달이다. 류은지 난민인권센터 팀장은 "센터가 영종도 허허벌판에 들어서있어 지역사회와 고립이 돼 있고, 마트를 가려고 해도 허가를 받아야 출입을 할 수 있는 등 갇혀지내야 하기때문에 자유를 찾아 떠나온 난민신청자들 입장에서 입소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설립 초기부터 실효성과 예산낭비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난민으로 인정을 받고 나면 난민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과 기초생활보장 등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인과 똑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면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면서, 난민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지원을 해주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난민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인도적체류허가를 받았다면 취업 허가를 받을 수는 있다. 물론 사회보장과 기초생활보장 등은 받을 수 없다.

미성년자라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더라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다만 학교장의 재량에 따르기 때문에, 교장이 거부하면 입학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에서 난민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아 먼 거리를 통학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에서 예산안을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난민 관련 예산은 23억여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는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운영비, 통역비, 소송관련 비용, 위원회와 조사관 활동비, 교육 및 연구 개발비 등이 포함됐다. 이중 의료비와 생계비 등 실제 난민 신청자 등의 생활 지원에 쓰이는 돈은 11억1654만원으로 지난해 8억2455만원보다 소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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