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축배..쓴잔 털어넣는 LG전자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남이 기자 2016.08.2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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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자금을 불려 보겠다고 LG전자 (90,800원 ▲200 +0.22%)를 산 것이 가장 후회됩니다. 차라리 은행에 맡겨 놓을 걸요…."

10년 넘게 LG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LG그룹 계열사 직원 최모씨의 말이다.



LG전자 주주들의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 하반기 실적 부진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공매도까지 기승을 부린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주주들이 사상 최고가에 축배를 드는 모습에 한숨은 더욱 커진다.

24일 증시에서 LG전자는 전일보다 400원(0.78%) 떨어진 5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고점과 비교해 22.5%(3월2일) 떨어졌다. 발행주식을 기준으로 한 시총 규모는 8조3624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축배..쓴잔 털어넣는 LG전자


최근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주주들의 실망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LG전자를 오랫동안 보유한 장기 투자자들의 속은 메어진다.

LG전자는 2002년 4월1일 전자 및 정보통신사업부문을 인적분할했고 그해 4월22일 코스피시장에 재상장했다. 당일 종가는 6만4400원. 배당 등이 있기는 했으나 현재 주가는 이보다 20%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최 씨는 "재상장 이후 주가가 잠시 약세를 보였는데 LG전자 가전의 성장성을 믿고 주식을 샀다"며 "매수가격이 6만원 수준인데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 13%"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LG전자 재상장 당시 920.89였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043.76(24일 종가)으로 두배가 넘게 올랐다. 가전업계의 라이벌이었던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를 보면 속이 더 탄다. 당시 41만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165만3000원으로 4배 넘게 올랐다.

삼성전자 시가총액(현 발행주식 기준 단순계산)은 58조6000억원 가량에서 234조원대로 늘어났으나 LG전자는 10조3000억원에서 8조3000억원대로 감소했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총격차 적정치를 150조~180조원 가량으로 봤는데, 최근에는 기준이 달라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업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주가도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양사의 PER(주가수익비율) 차이가 보통 1~1.5 정도 났는데 이제는 이런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위상은 그룹 내에서도 많이 약화됐다. 한 때 그룹의 맏형으로 LG그룹을 이끌었으나 현재 총 18개 LG그룹 상장사(우선주 포함) 중 시총 규모 5위로 내려앉았다. LG전자는 2008년 5월 사상 최고가(16만8000원)를 기록한 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그린 LG디스플레이 보다 시총규모가 줄면서 현재 LG그룹내 시총 순위는 LG화학(17조7000억원), LG생활건강(15조원), LG(11조4000억원), LG디스플레이(11조1000억원), LG전자 순이다.

LG전자는 최근 공매도가 집중되며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9.9%였던 공매도 거래비중은 올 들어 18.2%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공매도 잔고 대금 기준으로는 상장사 중 1위(4300억원)다.

LG전자는 올 초 발표한 ‘G5’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난 1분기 실적발표 후 공매도가 집중되며 주가를 누르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부 내부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LG전자의 몰락은 스마트폰 사업과 연관이 크다. 애플의 ‘아이폰3GS’가 출시된 2009년 LG전자는 휴대폰 판매 세계 3위에 오르며 연간 최대 매출(72조952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진출이 늦어지고, 이후에 내놓은 전략 제품이 줄줄이 부진을 겪으며 주가회복이 요원해졌다. 2009년 8월 한 때 20조원을 넘었던 시가총액은 1년 뒤 14조원으로 줄었다.

LG화학이 LG전자를 제치고 그룹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 이 시기다. 당시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진출과 중국의 성장세에 따른 기초화학 제품 수요 증가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LG화학이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한 2011년에는 시총 규모(35조원·4월)가 LG전자보다 20조원 이상 많았다. LG전자는 2014년 9월 지주사인 LG에게 밀렸고, 한류 화장품 인기를 업은 LG생활건강이 시총 10조원을 넘어서면서 LG전자를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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