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2년…'빚'에 눌린 심리는 오히려 냉랭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6.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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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日 '마이너스 금리' 역효과 우려 커져

금리인하 2년…'빚'에 눌린 심리는 오히려 냉랭


경기부양을 위해 꺼낸 저금리 카드가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금리로 촉발된 부채 증가세가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특단의 대책을 꺼낸 유로존과 일본 역시 극단적인 통화완화 정책의 부작용에 시름하고 있다.

◇금리인하 2년, 뒷걸음질친 소비심리=한국은행은 2014년 8월에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떨어뜨리며 15개월만에 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은 이후 올 6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5번 내려 역대최저인 1.25%까지 낮췄다. 한은은 2014년에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며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분기에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사상 최저인 70.9%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기준금리 인하 직전인 2014년 7월 105에서 올 7월 101로 후퇴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금리를 낮춰 유동성을 늘렸다. 은행권의 평균 대출금리가 2014년 7월 4.4%에서 올 6월 3.3%로 떨어지며 가계빚만 2년새 200조원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저금리 효과는 딱 여기까지였다. 늘어난 대출의 소비 및 투자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 금융연구원은 올 상반기 2.4% 성장한 민간소비 성장률이 하반기에 0.4%로 둔화하고 설비투자 감소폭은 올 상반기 -3.5%에서 하반기 -5.3%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 3.3%에서 지난해 2.6%로 하락한 경제성장률은 올해도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가계부채가 유동성을 확대해 소비를 늘리는 효과보다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2년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130조원 증가하는 등 저금리로 풀려난 돈 대부분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은 부채 상환 부담에 주택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부를 소비로 연결시키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탓에 주택 실수요자가 오히려 내 집 마련을 미루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기업들도 돈을 싸게 빌릴 수 있지만 투자에 나서진 않고 있다. 한은은 올해 기업 설비투자가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수출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에 시름하는 유럽·日= 한국보다 강도 높은 통화완화 정책인 마이너스 금리를 시작한 유럽과 일본에서는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에 수수료를 물려 시중은행들이 돈을 시중에 풀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낸 유로존과 일본은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도 올라가기를 기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비유로존 국가 가운데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등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쓰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얼마간 떨어지던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로존의 대출 증가율 역시 지난해부터 낮아지다가 올 들어 0%대까지 둔화됐다. 마이너스 금리의 ‘약발’은 1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독일 코메르츠방크 등이 여윳돈을 ECB에 맡기는 대신 현금으로 쌓아둘 태세다. 독일 재보험사 뮌헨리는 이미 수천만유로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다. ECB에 수수료를 내느니 비용을 들여서라도 현금을 쥐고 있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올 1월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한 후 약 2주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 넘게 하락했고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반년이 흐른 현재 일본에선 마이너스 금리의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로 일본 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오히려 정책 의도와 정반대로 대출, 소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미루거나 대출금리를 높이면 대출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일본 5대 은행은 대출금리 하락과 대출 성장세 둔화로 올 2분기(4월~6월) 연결기준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 급감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역효과는 가장 오랜 기간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덴마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웨덴 은행 한델스방켄은 덴마크가 2012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민간 투자는 위축되고 경제는 ‘저성장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정부에 따르면 이 나라의 민간투자는 올해 GDP(국내총생산)의 16.1%로 1990-2012년 연평균치인 18.1%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또 민간 부문 저축률은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기까지 20년간 연평균 GDP의 21.3%였던 게 올해는 26%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금리는 그 자체로 위험신호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려면 투자 대신 저축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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