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엔 좋아하는 가수의 내한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일찌감치 포기했다. 콘서트 티켓값으로 10만원을 쓰고 나면 다음달 식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결혼하는 대학 동창의 축의금을 마련하느라 생활비도 줄였다.
'오늘 하루 일하면 이번달 친구 결혼식에 축의금은 낼 수 있을까?'
'내일 하루 더 출근하면 주말에 여자친구랑 영화는 볼 수 있을까?'
먼저 분석을 위해 이들 세대들이 가장 많이 자취하는 지역 5곳(△강서 화곡1동 △강남 역삼1동 △동작 상도1동 △서대문구 연희동 △관악구 신림동)을 선정했다. '하루에 버는 돈'은 세전 월급을 30일로 나누고 소득 구간은 △150만원 △200만원 △250만원 △300만원으로 분류했다.
하루 자취집에서 자는 데 쓰는 돈은 지역에 따라 크게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월세와 관리비를 30일로 쪼개본 결과 강서 화곡1동은 1만8400원(월 55만원), 강남 역삼1동(월 95만원)은 3만6100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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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필수생활비는 공통적으로 적용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민의 평균 생활비용을 참고해 △식대(1만2000원) △교통통신비(4000원) △의료비(2300원) △여가·예비비(1만원)를 포함, 총 2만8300원으로 산정했다.
◇한달 150만원 벌면…일할수록 '적자나는' 삶
분석 결과 월소득이 150만원 이하일 경우 어느 곳에 살아도 '적자'였다. 그나마 강서 화곡1동에 살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 덕에 하루 3000원 정도 남길 수 있었다. 소득 200만원은 하루 1만9933원을, 250만원은 하루 3만6600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300만원 이상인 경우 5만3267원이 남아 가장 여유로웠다.
직장 위치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강남을 주거지로 선택한 청년의 경우 상황은 더 암담했다. 월 300만원 이상 벌어야 2만원 이상 저축이 가능했다. 150만원을 벌 경우 하루에 2만1900원이 모자랐고 250만원을 벌어도 6433원밖에 남지 않았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2030대 청년 중 월 세전 수입이 300만원 이상인 경우는 매우 드물고 최근 인턴으로 시작하는 청년이 많아졌다"며 "인턴이나 중소기업에 취직할 경우 대체로 하루 생활을 하는 정도의 돈을 벌어 빠듯하게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식대나 교통비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주거비용은 상당히 높다"며 "생활이 빠듯한 이유에는 주거비용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