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와 깻잎을 함께 넣어 볶은 닭갈비. /사진=픽사베이
요즘 유행하는 '먹방'(먹는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제 속마저 더부룩한 느낌입니다. 장성 4명도 배부르게 먹을 만한 양의 음식을 뱃속으로 꾸역꾸역 집어넣기 때문입니다. '대식'을 넘어 거의 '음식 고문'에 가깝습니다. 평소 먹방을 즐겨 봤다던 한설희씨(28)는 "맛있게 차려놓은 음식을 보는 게 좋아서 '먹방'을 자주 봤는데, 요즘엔 너무 많은 양을 먹는 게 고통스럽게 느껴져 보는 것을 그만뒀다"고 말합니다.
원래 '먹방'의 모토는 맛있는 음식을, 맛깔나게 먹는 것입니다. 화려한 색감과 과장된 몸짓으로 보는 사람의 식욕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먹방'을 '푸드 포르노'의 일종이라 말합니다. 때로는 백종원과 같은 스타 셰프를 초대해 음식을 직접 만들며 먹고(쿡방), 전국 곳곳의 숨어 있는 맛집을 찾아 다니며 먹기도 합니다(여행 먹방).
고추와 마늘을 썰어넣은 매콤한 라면. /사진=픽사베이
지난 3월 방영을 시작한 채널 올리브의 '원나잇 푸드트립'은 '먹기 대결'을 표방합니다. 1박2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누가 더 많은 끼니를 먹는 지'를 시합합니다. 출연자들은 배부른 한 끼를 먹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제작진은 소화제를 건네며 더 빨리, 더 많이 먹을 것을 종용합니다.
지난달 2회차 만에 조기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잘먹는 소녀들' 역시 많이 먹는 것에 환호했습니다. 방청객들은 음식을 한가득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소녀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고, 이미 거대한 한 끼를 끝낸 소녀들은 더 먹을 수 있다는 식의 배고픈 표정을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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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 위에서 구워지는 삼겹살. /사진=픽사베이
공중파 방송까지 진출한 '먹방 BJ' 이창현씨는 누가 봐도 날씬하고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지만 먹는 양은 푸드 파이터 못지 않습니다. 그의 방송 채팅창은 "그렇게 많이 먹는데 어떻게 날씬하세요" "운동은 하루에 몇 시간이나 하시나요"와 같은 질문으로 도배됩니다. 그럼 이 씨는 "많이 먹기 위해 아주 강도 높은 운동을 2시간씩 매일 한다"고 대답하고, 시청자들은 "나도 많이 먹고 운동해야지"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한국의 '먹방'을 주목한 외신도 '폭식'하는 모습에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냅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과하게 많이 먹는 한국의 먹방 스타'(Meet South Korea's binge eating TV stars)라는 기사에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5시간씩 운동하는 '먹방 BJ'를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폭식하는 식습관이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무절제한 식사 습관을 경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