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현금흐름 보니, 전기요금 인하 여력 충분하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세종=유영호 기자 2016.08.2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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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대규모 투자 이후 안정적 영업활동현금 흐름 보여...투자하고 빚 갚고도 이익 남는 구조

한국전력 (19,510원 ▲170 +0.88%)의 전기요금 누진세율 인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전 그룹의 과거 10년간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현재 투자 및 유가 수준에서는 요금 인하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은 10년 이상 한번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적이 없었고, 최근 들어서는 투자집행과 부채를 변제하고도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비용을 지출하고, 빚을 갚아 나가면서도 충분한 이익을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전 현금흐름 보니, 전기요금 인하 여력 충분하다


19일 머니투데이가 200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0년 반의 한국전력 재무제표(연결기준)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총 30조 8524억원으로 매년 약 3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8년과 2011년, 2012년 3년간 영업이익이 적자였지만, 이 기간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조~4조원 수준의 플러스였다. 지난 10년반 동안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총 82조 1984억원이었다. 추세로 보면 매년 7조 8280여억원의 현금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란 실제 현금유출이 없는 감가상각비 등은 항목에 포함하고 현금유입이 없는 외상매출이나 미수금 등은 제외한, 기업이 한해 동안 제품 판매 등 영업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을 말한다.

한 회계 전문가는 "한전의 재무제표를 보면 2008년 전력 부족 사태를 겪은 후 투자를 확대했고, 특히 2011년 블랙아웃 이후에는 연간 14조원 정도의 투자활동현금 흐름을 보였다"며 "이같은 투자가 2014년을 정점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활동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투자로 현금이 지출됐다는 의미다.

이 회계 전문가는 "전력 공급능력이 부족했던 시점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많아 영업수지가 악화됐지만,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된 시점에서 안정적 현금흐름으로 수익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전은 2008년까지는 연간 투자활동현금흐름이 7조~8조원대였던 것이 2009~2014년 사이에는 11조~14조원까지 늘었다. 이같은 투자로 한전의 전력 공급 능력은 2008년 6875만kW 수준에서 18일 현재 최대공급능력이 9108만kW로 32%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해 전력 예비율은 하루 평균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14조원 이상을 투자했던 2013년과 2014년 정도의 대규모 투자는 현재로선 불필요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한전은 지난해엔 직전해에 비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이 32.4% 줄어든 9조 7739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상반기에도 투자활동현금흐름이 4조 4373억원으로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속적으로 상승추세에 있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 이듬해인 2012년 3조 9000여억원였던 것이 2013년 6조 8000여억원, 2014년 12조여억원, 2015년 16조 9000여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2년대비 2015년이 4.3배가 됐다. 올 상반기에도 이미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넘어서 9조원대의 영업활동현금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투자규모는 줄어들면서 안정화되는 상황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늘어나면서 이익 규모가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에 6조 30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전은 이 과정에서 107조원 가량의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다.

그동안 플러스(차입 등 자금유입 상태)였던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부채를 갚는다는 의미)로 돌아서 지난해 5조 2066억원을 갚은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이미 5조 152억원의 부채 등을 줄여나가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영업활동현금 흐름이 플러스일 때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했던 것은 투자가 많았기 때문이다"며 "연간 6조원대의 투자는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볼 때 현재의 영업활동현금 흐름으로는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부채를 줄여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누진세율의 인하여부나 전기요금 인상논의를 할 때는 실제 한전의 원가구조가 어떤지, 현금흐름이 어떤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인상보다는 인하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재무제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과거 한전이 적자를 대규모로 냈던 시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다. 한전은 당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력 구매비용이 늘어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사업보고서에는 이 외에도 기저 발전소의 고장으로 2조 8000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기재돼 있다.

소비자들이 전기요금을 적게 낸 것이 아니라, 한전이 운영하던 원자력 발전소의 정비불량 등으로 고장이 나면서 고가의 민간 전력을 구매해 손실이 났다는 얘기다.

2012년 한전이 8179억원의 적자를 냈을 당시 구입전력비는 구입단가가 13.6% 상승한 영향으로 전년대비 16.6% (6조 4947억원) 증가했는데, 이 중 고리1호, 울진 3, 4호, 영광 5,6호, 보령 1,2 호 등 기저발전기 고장에 따른 영향으로 구입전력비가 2조 8000억원 추가 발생했다고 사업보고서에서 밝혔다.

한전의 운영 부실을 소비자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메워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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