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세계1위' 한국 유도, 왜 고전했나 봤더니…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6.08.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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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김잔디 선수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57kg급 16강 전에서 브라질 하파엘라 시우바에게 절반으로 패한뒤 굳은 표정으로 이원희 코치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유도 김잔디 선수가 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57kg급 16강 전에서 브라질 하파엘라 시우바에게 절반으로 패한뒤 굳은 표정으로 이원희 코치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세계랭킹 1위 안창림마저 실패했다. 안창림은 지난 8일(한국시간)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유도 남자부 73㎏급 16강에서 벨기에의 디르크 판 티첼트에게 절반을 허용하며 패했다. 티첼트는 세계랭킹 18위로, 안창림보다 아래였다. 금메달은 세계 4위인 오노 쇼헤이에게 돌아갔다.

김잔디도 마찬가지. 김잔디는 같은 날 여자부 57kg 16강전에서 브라질의 하파엘라 시우바에게 패하며 메달획득에 실패했다. 세계랭킹은 김잔디가 2위로, 11위인 시우바보다 높다. 시우바는 홈 이점을 톡톡히 살리며 금메달까지 얻어냈다.



은메달을 딴 정보경과 안바울을 제외하면 한국 유도대표팀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한국의 종합성적 목표인 ‘10(금메달)·10(종합순위)’ 달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도는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꼽힌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세계 1위에 랭크된 김원진, 안창림, 김잔디, 안바울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세계랭킹과 경기 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유도의 경우 세계랭킹 순위 자체만으로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우올림픽]'세계1위' 한국 유도, 왜 고전했나 봤더니…
에머슨 프란치니를 포함한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 체육학과 교수진들이 2012년 런던올림픽 유도 경기를 분석한 결과 세계랭킹과 올림픽 경기 결과가 일치한 경우는 30%가 채 되지 않았다.

런던올림픽 유도에 참여한 남자선수 233명과 여자선수 154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세계랭킹으로 올림픽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경우는 각각 24%와 26%였다.


유도에 세계랭킹이 도입된 건 2009년. 세계유도협회(WJF)는 선수들의 세계랭킹을 협회가 지정한 공식 국제대회의 성적을 토대로 점수를 매겨 정한다. 런던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월드컵 △콘티넨탈 챔피언십 △그랑프리 △그랜드슬램 △월드마스터즈 △세계챔피언십 등 6개 국제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포인트를 쌓았다.

월드컵 대회에서부터 월드챔피언십까지 우승한 경우 적게는 180점, 많게는 500점의 점수를 받았다. 2등은 1등이 받는 점수의 60%, 3등은 40%를 각각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대회 성적순 별로도 차등화해 점수를 받는다.

점수는 최근 2년간의 경기 결과를 합산, 1년동안 가장 성적이 좋은 5개 대회 성적을 2년에 걸쳐 합산한다. 첫해는 합산 점수의 50%, 두번째 해는 합산점수의 100%가 인정된다.

결국 많은 대회에 참가할수록 세계랭킹에서 유리하다. 프란치니 교수는 “대다수 대회들이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열리고 있고 통상 개최국이 홈경기 이점을 갖는다”며 “선수들이 대회참여를 위해선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데 이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나라의 경제적 여건이 안되면 참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림픽이 대륙별로 쿼터제가 있는 것도 중요 변수가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올림픽은 참가 선수의 26%가 세계랭킹이 아닌 대륙별 할당제로 참가자격을 얻는데 이 경우 세계대회 참가 경험이 적어 세계랭킹은 뒤지지만 올림픽에서 깜짝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번의 경기로 승부가 나는 한판제인 것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연구진은 “수영처럼 기록으로 세계랭킹이 정해지는 경우 올림픽경기 결과가 세계순위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지만 한번의 승부로 결론나는 유도는 그 경기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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