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 DB
이화여대는 자체 조사로 불법 유출된 경로를 파악하고도 수사당국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며 내부적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8일 이화여대와 서울 서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대학 보안용역 업체 에스넷서비스의 전직 직원 이모씨(43)가 빼돌렸다. 이씨는 A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당일 저녁 CCTV 영상을 몰래 복사한 뒤 자신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어 SNS 회원 중 일부가 다른 온라인 공간으로 유포하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영상은 인터넷 곳곳으로 펴졌다.
이 때문에 A씨는 신상정보가 노출되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를 입었다.
이화여대는 보안용역업체 직원이 영상을 유출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학 측은 같은 달 20일 서대문경찰서에 상담만 하고서는 24일 A씨 어머니에게 "경찰에 수사의뢰를 했으니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이미 21일 자체 조사로 유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의뢰는 없었다"며 "나중에 필요하면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한 게 끝"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A씨 가족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자 이를 만류하며 에스넷서비스와 합의를 주선하기도 했다.
대학이 문제를 쉬쉬하는 사이에 동영상은 계속 퍼졌고 급기야 6월18일 한 방송사가 '대학가 교통사고'를 주제로 보도한 영상에 활용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합의를 거부하고 이화여대와 용역업체 에스넷서비스, 이씨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이달 4일 서울서부지법에 1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를 냈고 9일 서대문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시킬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이화여대가 관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김성민 변호사(법무법인 신광)는 "유출된 영상은 개인정보로 볼 여지가 많다"며 "유출 당사자인 이씨뿐만 아니라 에스넷서비스, 이화여대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범죄 수사전문가 출신인 류기일 개인영상정보보호포럼 사무총장도 "애초에 이화여대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동영상 유출을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A씨 어머니에게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잘못 말한 건 죄송하다"며 "합의를 권한 이유는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초반에 수사의뢰를 했으면 일을 키우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동영상을 유출한 이씨는 해고됐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리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