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한옥용지 경쟁률이 460대1… 한옥 인기에 투심도 '들썩'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6.07.2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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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청 신도시 한옥용지 '흥행 완판'… 서울 은평한옥마을도 신축 줄이어, 세종시도 내달 공급

서울 은평구 진관동 한옥마을은 지난해 분양 2년만에 한옥용지 156필지가 완판돼 27일 현재 곳곳에서 한옥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SH공사가 마을에 지어 놓은 한옥 모델하우스. /@머니투데이 DB.서울 은평구 진관동 한옥마을은 지난해 분양 2년만에 한옥용지 156필지가 완판돼 27일 현재 곳곳에서 한옥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SH공사가 마을에 지어 놓은 한옥 모델하우스. /@머니투데이 DB.


"퇴직하고 노후에 고즈넉한 한옥 한 채 지어서 살고 싶어서 청약 넣었는데 경쟁률이 400대1이 넘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주변에서 당첨됐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니 말 다했죠. 외지 사람들이 사겠다고 몰렸는지…."



경북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 경북도청 신도시는 최근 한옥주택용지 공급에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들썩였다.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인근 아파트 단지와는 다른 한옥용지의 인기몰이에 이목이 집중됐다.

공급과잉 우려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와중에 일부 지역에서 공급되는 한옥용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땅값에 한옥을 짓는 건축비까지 따로 부담해야 하지만 희소성이 있고 투자가치도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가 몰리는 모양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한옥을 장려하기 위해 신축할 때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등 반기는 분위기다.

2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용지는 이달 초 69필지 분양에 5376명이 청약을 신청하면서 최고 461대1, 평균 7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필지당 면적은 대부분 500㎡ 안팎으로 분양가는 면적에 따라 최소 9800만원에서 4억원까지 형성됐다.

땅을 분양받아 3년 이내에 2층 이하 한옥을 짓는 조건으로 신축할 때 경북도청으로부터 최대 4000만원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땅값에 한옥 건축비를 3.3㎡당 900만~1000만원으로 봤을 때 면적별로 총 4억~7억원 정도가 든다.


아직 생활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 지역 한옥용지가 높은 경쟁률로 '완판'된 것은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도청신도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파트는 미분양이 많이 났고 2000만~3000만원 상당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라며 "반면 한옥필지는 물량이 적고 한옥형으로 조성되는 인근 시설과 조화를 이뤄 예천, 안동, 대구뿐 아니라 수도권에서까지 투자가 몰렸다"고 귀띔했다.

세종시에 들어설 한옥마을 부지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세종시 고운동 고운뜰공원 인근 단독주택단지 내 한옥마을 부지 50필지 중 근린생활시설을 뺀 42필지에 대한 청약이 다음달 24~25일 진행된다. 15개 필지는 개별 분양하고 27개 필지는 가족, 친구, 동호회 등 묶어 공급한다.

개별 필지 기준 면적은 270~330㎡로 3.3㎡당 220만~24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땅값에 한옥 건축비를 합하면 5억~6억원 안팎에 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옥 신축시 최대 3000만원까지 건축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앞서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 156필지도 지난해 분양 2년만에 완판돼 현재 곳곳에서 신축이 진행되고 있다. 당초 땅값과 한옥 건축비까지 10억을 훌쩍 넘는 가격에 편의시설도 부족해 외면받았지만 한옥이 인기를 얻고 거주환경이 개선되면서 서울 시내라는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은평구 진관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부분 한옥을 지어 실제 들어가서 살려는 40~60대가 매입한 걸로 안다"며 "당장은 실거주지만 한옥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도 병행할 수 있다는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옥용지를 분양받아 신축하는 것은 도심권 기존 한옥을 매입하는 것과는 또 다른 형태로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한옥은 건축비 부담이 크고 나중에 팔 때 '범용' 주택이 아니라 환금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며 "서촌, 북촌처럼 한옥을 상가로 개조해 수익을 내거나 시세차익을 남기고 파는 투자 목적보다는 집에 대한 철학과 멋 같은 거주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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