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냄새·개미떼·심해어… "지진전조 현상 아니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이슈팀 진은혜 기자, 이슈팀 신지수 기자 2016.07.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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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점검단 구성 "빠른시일 내 냄새 원인 규명할 것"

부산 119 소방대원이 가스 배관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뉴시스부산 119 소방대원이 가스 배관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부산과 울산에서 정체불명의 가스 냄새가 확인된 지 닷새가 지났지만 냄새의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원인 모를 냄새에 수차례 사건 사고가 더해지면서 각종 루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 5일 울산 동쪽 52km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위력을 체감한 시민들이 민감해진 영향도 있다. 당시 지역소방본부 등에는 "건물이 흔들린다"는 등 수천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26일 "가스 냄새가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가스공사에서 해당 지역의 점검이 있었고 수차례 회의를 거쳤지만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후 유류 수송 탱크로리를 추적하거나 지진 등 냄새와 관련된 여러 부분을 검토했지만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부산·울산시와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과 23일 이들 지역에서 1~2시간 가량 가스 냄새가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특별한 냄새는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 소방본부 관계자는 "오늘 1~2차례 신고 전화는 있었지만 현장 확인결과 아무 냄새도 안났다. 언론 보도로 시민들이 더 예민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도는 각종 루머들로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부산에서 나타난 개미떼와 지진운, 솟구친 온천수 등은 ‘지진 전조증상’이란 루머에 힘을 실었다. 평소라면 지나칠 경남 해수욕장 심해어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사진들은 온라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의혹을 증폭시켰다.


SNS 상에서 떠돌고 있는 부산 광안리 개미떼 사진.SNS 상에서 떠돌고 있는 부산 광안리 개미떼 사진.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나타난 가스 냄새와 지진은 연관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 소장은 "지진 전조로 라돈가스가 방출된다는 학설이 존재하지만 계란 썩은 냄새가 나는 유황가스를 제외하면 천연가스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공사, 누출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안리 개미떼의 경우 사진은 있지만 이를 목격한 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산 수영구청 관계자는 "백사장 전체를 2~3차례 돌며 확인해봤지만 흔적조차 없었다"며 "동영상을 판독한 결과 (검은 물체가)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개미인지 찌꺼기인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에 1번씩 날개미 사체가 파도에 밀려올 때가 있는데 만약 동영상과 사진이 사실이라면 날개미 사체일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2차선 일방통행 도로에서 솟구친 온천수는 낡은 배관이 터지면서 발생한 사고로 밝혀졌다. 심해어가 발견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투라치는 심해어가 맞지만 해류를 따라 연안쪽으로 밀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지진과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구름 역시 지진과는 관계가 없다는 의견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사진 속 구름은 상층운이고 구름의 한 종류로 흔히 나타나는 것"이라며 "전세계 어떤 기상청도 그 구름을 지진 전조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지진은 현대과학으론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놀란 시민들은 사소한 냄새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사흘이 지난 이날 울산 대왕암 인근에선 울산항과 남구 공단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 악취를 가스냄새로 오인해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부산시 페이스북에 한 시민이 지진 전조현상에 대해 묻고 있다. /사진=부산시 공식 페이스북 캡처.부산시 페이스북에 한 시민이 지진 전조현상에 대해 묻고 있다. /사진=부산시 공식 페이스북 캡처.
불안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자 정부는 합동점검단을 구성하고 냄새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안전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스 및 악취 발생에 따른 관계기관 안전점검회의’를 열고 냄새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합동점검단을 꾸리기로 했다. 특히 부산과 울산의 가스냄새 성격이 다른 것으로 파악하고 냄새의 성격과 원인, 기상 상황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부산에선 지난 21일 오후 5시30분쯤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200여건 접수됐고, 울산에선 23일 오후 2시22분 악취·가스 냄새 신고가 20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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