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0명 여름휴가 망친 고단수 여행사기…피해만 5억원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6.07.2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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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여행 상품 저렴하게 판매해 고객 대거 모집…올 여름휴가 기점으로 거액 들고 잠적

[단독]200명 여름휴가 망친 고단수 여행사기…피해만 5억원


올여름 휴가철에 여행 상품을 예약한 소비자 200여 명이 단체로 사기를 당했다며 판매자를 고소했다. 피해자들은 사기 피해 규모가 5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6일 강원 강릉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번 여름 H(여·36)씨에게 100만~1500만 원을 내고 여행 상품을 구매했으나 예약 내역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일부 피해자들이 H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H씨는 자신을 국내 대형 여행사 출신 프리랜서 여행 사업자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를 통해 여행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고객의 돈을 들고 달아난 이번 사건의 발단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H씨는 국내외 여행을 알선하는 하나투어 같은 종합 여행사인 '홀세일러'(Whole saler, 여행 도매업자)의 상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여행사에 소속돼 여행상품을 판매해 왔다.



H씨는 해당 여행사를 그만둔 뒤에도 일반적인 여행 상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고객에게 제안했고, 그를 통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지인에게 추천하면서 고객 수가 늘어났다. 고객들은 H씨의 휴대폰 번호를 받아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통해 상담했고, H씨가 보낸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했다.

고객들이 H씨와의 메신저 거래를 굳게 믿었던 것은 그가 하나투어나 소기업 N 여행사 등 여행사가 예금주로 되어있는 법인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 이후 사칭 계좌를 신설할 수 없으므로 고객들은 해당 여행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돈을 넣었다.

이후 H씨는 고객들에게 "더 좋은 여행 상품이 나왔다"며 "이전 입금분을 취소 처리 해줄테니 내 개인계좌로 돈을 보내 더 좋은 여행 상품을 선택하라"며 유인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2중, 3중 계약을 진행했으며 취소 처리가 되기 전 추가 금액을 H씨의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나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H씨가 돌연 휴대폰 전원을 끄고 잠적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온라인 카페 등을 만들어 피해 상황을 교류하고 경찰 고소 접수에 대한 안내 및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집단 고소 분위기가 형성되자 H씨는 23일 휴대폰을 켜고 응대했으나, 다시 연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친언니와 함께 여행을 가려고 했다가 H씨에게 총 150만 원을 사기당했다는 A(여·26)씨는 "지난해 H씨를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이미 한 번 여행을 다녀왔기에 사기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H씨가 판매하는 상품이 특별히 저렴하게 나온 하나투어 상품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가 사기를 당했다"고 전했다.

H씨가 안내한 계좌는 각 여행사의 공식 계좌가 맞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나투어는 확인된 82명 입금자의 피해 금액 3800만 원에 대해 보상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H씨를 통해 하나투어에서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이기 때문.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런 사건은 우리 여행사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사들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며 "H씨가 하나투어를 통해 여행 예약을 진행하면서 대금을 돌려막아 우리도 경제적 피해를 본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기업인 N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고객들의 경우, 해당 여행사 측에서 계좌로 입금이 확인되자마자 바로 H씨에게 전액 송금했기 때문에 구제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N여행사 관계자는 "함께 오래 일한 H씨가 입금 문제로 계좌를 이용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쉽게 들어준 것이 문제였다"며 "개인적으로도 2000만 원 이상의 피해를 봐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봤을 때 관련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현재는 고소장만 접수된 상황인 데다 피의자의 실제 거주지 및 활동 지역이 불명확해 수사가 더 진행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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