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투자 신중론…축소·매도의견 삼성계열사 최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6.07.25 16:03
글자크기

호텔신라, 순이익 81% 급감에 증권사 10개사 중 5곳 목표가 하향

호텔신라 투자 신중론…축소·매도의견 삼성계열사 최다


호텔신라 (60,000원 ▼600 -0.99%)에 대해 사상 첫 '매도' 의견이 나왔다. 올해 상장사 중 비중축소나 매도의견이 제시된 회사 중 11곳 중 삼성그룹 계열사(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호텔신라)가 업황 영향 등이 있지만 세곳에 달해 삼성그룹의 위기 의식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규 면세점 출점에 따른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 지출이 확대되면서 2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에 비해 81.4% 급감한 데다, 앞으로 12개월 이익 추정치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희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에 이어 올해 성수기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공포로 유커(중국인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릴 수 있어 우려된다.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유커들은 한국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직격탄이 예상되는 곳이 바로 면세점이라는 점에서 호텔신라의 이익개선은 더욱 불투명한 상태다.



호텔신라는 지난 22일 장 마감후 2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한 9541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36.4% 감소한 187억원, 당기순이익은 81.4% 급감한 28억원을 기록,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성적표였다.

실적 발표직후인 25일 주식시장에서는 실망매물이 나오며 장중 한 때 5%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호텔신라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3100원(4.75%) 하락한 6만2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사 10개사 중 5곳 목표가 하향… 첫 '매도' 의견도 나와= 증권가에서는 호텔신라의 실적 관련 10개의 분석보고서가 나왔고 이중 절반이 목표주가를 내렸다.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한 곳은 유안타증권(매수→중립)과 KTB투자증권(중립→축소) 두 곳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호텔신라에 대해 '축소' 의견을 낸 것은 2002년 5월 교보증권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엔 목표주가(1만원)가 현재가(추정일 종가 9750원)보다 소폭 높았지만 이번 KTB투자증권의 목표주가 4만5000원은 전날 종가보다 31.1% 낮아 확실한 '매도' 의견이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메르스로 인한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2059원으로 떨어진데다, 멀티플도 축소(27.9배→21.5배)돼 적정주가가 6만원이 안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목표주가에 적용한 멀티플 20배도 비싼 수준"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해외 상장사들의 멀티플이 20% 이상 하락했고, 국내 신생면세점 경쟁 심화 우려가 현실화돼서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 편차 심각… "4만5000원~11만원"= 이번 2분기 실적 공시 후 호텔신라에 대한 목표주가의 편차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같은 날 같은 종목에 대한 분석보고서인데 미래에셋대우는 성수기 모멘텀과 인천공항 성장 재개에 대한 기대를 강화하며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제시했다. KTB투자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의 2.5배 수준이다.

이는 증권사마다 추정한 EPS가 다르고, 멀티플도 각기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인데, 특히 호텔신라의 경우 국내 상장사 중에 비교할 대상이 없다보니 해외 상장사 중 호텔·면세부문의 가중평균 밸류에이션 배수(멀티플)를 적용하고 있어 유난히 차이가 크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사드 관련 영향은 아직 없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 이익은 마케팅비용 증가로 감소했지만 매출이 증가했고 시장 장악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면세점 시장이 안정화될 때 이익 개선 폭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축소·매도의견이 나온 상장사는 △금호석유 △대우조선해양 △롯데케미칼 △리더스코스메틱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에이블씨엔씨 △이오테크닉스 △현대미포조선 △현대에이치씨엔 등 10개사이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호텔신라까지 포함하면 3곳으로 대기업 중에는 가장 많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호실적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를 가진 탓에 삼성그룹 내부적으로 여전히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을 것"이라며 "계열사간 업무조정, 분사 등의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