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넣어 100억 벌었다"…동원그룹 오너일가는 투자의 귀재(?)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07.27 03:30
글자크기

김재철 회장 조카들, '동원시스템즈' 투자로 거액 챙겨…7000원대 산 주식 최고 10만원에 팔아

"10억 넣어 100억 벌었다"…동원그룹 오너일가는 투자의 귀재(?)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조카들이 동원시스템즈 (39,800원 ▼1,000 -2.45%) 주식 투자로 1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시스템즈는 알루미늄·필름·유리병 등을 제조하는 종합 포장재 회사로 동원그룹이 최근 전략적으로 키운 핵심 계열사다. 오너와 친인척 관계인 이들은 최저 7000원대에 매입한 동원시스템즈 주식을 2년만에 최고 10만원대에 매도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중한씨(40), 김호랑씨(44), 김도한씨(46) 등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3인은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동원시스템즈 주식 22만6199주(우선주 1만6751주 포함), 총 50여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차익을 실현한 주식(10만486주) 매도금과 보유중인 잔존 주식(12만5713주) 가치를 합하면 182억여원으로 투자금의 3.6배에 이른다. 이들은 김 회장의 둘째 동생인 김재국 전 동해하이테크 사장의 자녀로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과는 사촌 사이다.



◇10억 투자금 100억으로 불렸다…수십차례 주식 사고판 삼형제=일본 국적인 김중한씨는 동원시스템즈 주식투자로 가장 큰 돈을 벌었다. 2013년 6월부터 2014년 9월까지 27차례에 걸쳐 동원시스템즈 주식(10만주)을 매입한 뒤 주가가 급등한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매도했다. 그는 7000원~1만5000원 안팎에 사들인 주식을 7만~10만원대에 30차례에 걸쳐 분할 매도했는데 투자금 12억원이 104억원으로 불었다. 올 2월부터 동원시스템즈 주식을 다시 매집해 현재 2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호랑씨는 동생인 김중한씨보다 1년여 늦은 2014년 8월부터 지난해까지 24차례에 걸쳐 동원시스템즈 주식 13억원어치를 사모았다. 보유 주식수는 우선주 5428주를 포함해 총 8만5423주다. 1만~2만원대에서 매입한 보통주 주가가 현재 6만원대다. 잔존 가치가 55억원으로 수익률은 323%에 달한다. 주가가 최고점에 달했던 지난해 8월 우선주 일부를 팔아 1억여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김도한씨는 동생들에게 비해 투자 수익이 저조하다. 주가가 7만~8만원대로 오른 지난해 11~12월, 동원시스템즈에 투자해 현재 2만219주(우선주 1만829주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금은 11억여원. 최근 동원시스템즈 주가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현재 주식가치는 9억원 수준이다.

"10억 넣어 100억 벌었다"…동원그룹 오너일가는 투자의 귀재(?)
◇M&A로 몸집 커진 동원시스템즈…주가도, 매출도 '껑충'=오너 일가인 이들이 동원시스템즈 주식을 사들인 것은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은 2014년 한진피앤씨(필름·판지상자)를 시작으로 테크팩솔루션(유리병·캔), 탈로파시스템즈(참치캔)를 잇따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베트남 미잉비에트패키징(비닐포장재), 딴띠엔패키징(페트병)도 사들였다.

잇단 M&A로 동원시스템즈 매출은 2013년 5493억원에서 지난해 1조2183억원으로 2년만에 122% 증가했다. 7000~8000원대였던 주가는 6만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7월에는 최고 13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이들이 단순 투자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특수관계인이라고 하지만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친인척들이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것까지 회사에서 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은 일반 투자자보다 정보 수집이 수월한 만큼 단기 매도차익을 노린 주식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너의 친인척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경영 전략이나 굵직한 투자 결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책임경영 등을 이유로 장기 투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럴헤저드 논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