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너무 일찍 판 삼성전자 임원들, 후회막급?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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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48>고점은 아무도 몰라… 마켓타이밍 노리다 더 큰 후회한다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하면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인 J씨는 지난 5월 중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주가가 130만원에 거의 육박하자 보유하던 주식 100주를 내다 팔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또 100주를 팔았다.

그리고 6월 들어 주가가 130만원을 넘어서자 이번에는 총 300주를 세 번에 걸쳐 연이어 처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는 J임원이 주식을 처분한 뒤에도 계속 올랐다. 7월 들어서 150만원을 돌파했고 이제는 3년 반 전(2013년 1월3일)에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158만4000원마저 넘볼 기세다.

J임원의 평균 처분단가는 135만원이 채 안된다. 21일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주가가 154만3000원에 마감됐으므로 그는 주당 20만원씩 손해를 본 셈이다. 그가 5~6월에 처분한 주식수가 총 500주이므로 총손실은 무려 1억원에 달한다.



이쯤되면 '너무 일찍 처분하는 바람에 1억원을 날려 버렸다'는 후회가 들 법도 하다.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훨씬 비싸게 팔 수 있었던 기회를 안타깝게 놓치고 말았으니 말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일찍 처분한 건 J임원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달부터 크게 오르자 몇몇 다른 고위 임원들도 주식 처분에 나서기 시작했다.

5월 초부터 지금까지 총 9명의 고위급 임원들이 총 4589주, 66억7900만원 어치의 주식을 처분했다. 대부분 주가가 140만원을 넘어서자 대거 주식 팔기에 나섰다.


개중에는 보유 주식 전량을 일시에 팔아 버린 임원도 있고, J임원처럼 여러 번에 나눠서 처분한 임원도 있다. 또 보유 주식 가운데 극히 일부(10퍼센트)만 팔았거나 반대로 극히 일부만 남기고 모두 팔아 치운 임원도 있다.

그러나 이들중 상당수가 주가가 150만원이 넘을 때까지 참지 못하고 서둘러 팔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결국 이들도 '더 기다릴걸, 너무 일찍 팔았다'고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통상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처분하면 주가가 고점에 다가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매입하면 주가가 반등할 시점이라는 확실한 신호로 여긴다.

두 경우 모두 회사의 고급 정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경영진이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회사 주식을 매매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하는 것이기에 시장을 속이려는 목적을 갖고 거짓으로 매매하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소위 공갈이나 뺑끼, 블러핑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처분하거나 사는 행위를 매우 신뢰할만한 신호로 받아들인다.

위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한 이들은 모두 고위 임원들이다. 누구보다도 회사의 고급 정보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회사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면 분명 주가가 ‘꼭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들이 대거 주식 처분에 나섰어도 여전히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고위 임원들이 잘못 판단을 한 것인가? 아니면 잘못된 정보에 의거해 서둘러 주식을 판 것일까?

마켓타이밍(market timing)이란 주가가 고점일 때 주식을 팔고 반대로 저점일 때 사들이는 투자전략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바이 로, 셀 하이’(buy low, sell high) 전략이다.

너무나 완벽한 전략이지만 주가가 정확히 고점일 때와 저점일 때를 알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주가가 고점일 때와 저점일 때를 정확히 알기만 하면 적용하기는 너무나 쉽지만 세상에 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이것이 최대 맹점이고 따라서 마켓타이밍은 실현 불가능한 전략이다.

주가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고 한 달, 1년을 보면 수많은 고점과 저점이 존재한다. 한두 번 우연히 맞출 수는 있을지 몰라도 계속적으로 정확히 마켓타이밍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주가가 많이 올랐는데 주식을 팔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개 첫 마디가 “주식을 팔고 난 후 주가가 많이 오르면 어떡하나?”라는 ‘후회의 두려움’(fear of regret)이다.

또한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도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들고 있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봐도 십중팔구 이렇게 대답한다. “주식을 팔고 난 뒤 주가가 반등하면 어떡해?”

지금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와 같이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상승할 때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 사람도 비슷한 변명을 내어놓는다. “주식을 산 뒤 주가가 떨어지면 어떡해?”

이들 모두 ‘후회의 두려움’ 때문에 주식을 사지도 팔지도 못한다. 이들은 마켓타이밍을 잘못 해서 주식을 엉뚱한 시점에 사거나 팔까봐 두려워한다.

그런데 이들은 마켓타이밍이라는 불가능한 일을 두고 후회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잘못된 마켓타이밍의 후회를 줄이는 한가지 방법은 주식을 사거나 팔 때 일시에 전량 매매하지 않고 수량을 나눠서 분할 매매하면 된다.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한 고위 임원들 가운데 몇몇은 며칠 간격으로 나눠서 처분함으로써 너무 일찍 팔았다는 후회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다.

미국 온라인 증권회사인 찰스슈왑의 슈왑리서치센터(Schwab Center for Financial Research)의 마크 리피(Mark Riepe)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정확히 마켓타이밍을 해서 ‘바이 로, 셀 하이’를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2000 달러를 갖고 매년 정확히 마켓타이밍을 했다면 20년 후 약 8만7004 달러를 모을 수 있었는데, 2000 달러를 바로 투자했을 경우엔 8만1650 달러, 12개월 동안 나눠서 투자했을 경우엔 7만9510 달러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매년 가장 최악의 시기에 주식을 샀더라도 20년 후에 7만2487 달러를 모았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투자자가 완벽한 마켓타이밍을 하는 ‘미스터 퍼펙트’(Mr. Perfect)이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주식투자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가장 최악인 ‘미스터 꽝’도 말이다.

결국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주식을 120만원대에, 130만원대에 너무 일찍 판 사람들을 가리켜 잘못 팔았다거나 어리석다고 말해선 안 된다. 정확히 마켓타이밍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좇다가는 오히려 더 큰 후회만 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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