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장을 찾은 고객이 피코크 코너에서 다양한 간편식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이마트
A씨는 잠시 고민하다 데우기만 하면 되는 된장찌개를 구입했다. 일단 집에 와서 뜯은 내용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냄비에 부어보니 두부와 호박 등 큼지막한 식재료가 쏟아졌다. 맛도 시중에서 파는 찌개와 흡사했다. 재료구입에 손질, 조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하고 나니 앞으로도 자주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데우기만 해도 먹을 수 있는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가정식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 HM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두, 피자 같은 간단한 냉동식품부터 밥·밑반찬, 찌개, 케이크, 떡까지. 마트에서 구매한 식품으로 전채·메인·후식으로 이어지는 '풀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HMR 시장의 급성장은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대체로 시간에 쫓기는 이들은 직접요리 대신 외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맛과 질이 현저히 좋아진 '간편식의 진화'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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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자취한다는 김모씨(28)는 "지방에서 부모님이 반찬을 보내주시지만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요즘 가공식품들은 1인용으로 포장돼서 나오고 저장하는 기간도 길어 편리하다"며 만족해했다.
최근 유행하는 '먹방·쿡방'의 영향이 오히려 가공식품 시장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직접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는데 실제 여건은 실현이 어렵다보니 가공식품이라도 사서 집에서 먹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 같다"고 밝혔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집밥 열풍이 방송에서 부는 이유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여건이 결핍돼 있다는 것"이라며 "결국 돈이나 시간적 여유가 안되는데 집밥에 대한 욕구는 커지다 보니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에 기업들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한 대형마트는 중저가와 고가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지금은 식품코너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대형 식품회사들도 가공식품 관련 연구진을 영입, 새로운 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스턴트 식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기본인식이 있어 그동안 기피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즉석밥, 찌개 등의 제품의 원재료 사용률이 70%에 육박하는 등 식재료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는 규제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어촌경제연구원의 HMR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미국 등 HMR 제품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제품 생산공정과 포장 방식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며 "우리나라도 가공식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 칼럼니스트는 "가공식품 확산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현상인 만큼 가공식품을 올바로 섭취하고 잘 고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