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사망설, 주가충격 대신 강세…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은령 기자 2016.06.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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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증시에 이건희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 회장 사망설이 돌면서 삼성그룹 대부분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오너나 최고경영자(CEO) 등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주가가 급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시장이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30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으로 꼽히는 삼성물산 (150,400원 ▲3,000 +2.04%)은 전날보다 4.7% 급등한 12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삼성에스디에스 (152,000원 ▲1,100 +0.73%)도 4%가량 올랐다.



이 밖에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 삼성생명, 삼성SDI 등도 2% 안팎의 강세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장 중 8% 넘게 급등하는 등 크게 출렁였지만 삼성그룹 측에서 사망설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상승폭이 둔화됐다.

오너의 사망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일반적으로는 부정적인 뉴스로 해석된다. 특히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불확실성 확대와 상속세 부담 등으로 인한 오버행 우려로 주가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사례가 많다.



농우바이오의 경우 창업자 사망 당시 주가가 급락했다가 2세 체제가 자리잡은 후 반등했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대한제당의 경우 고 설원봉 전 회장 타계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이미 후계구도를 완성한 데다 상속세 문제로 눌려있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결과였다.

삼성의 경우 이 회장 사망설에 주가가 오른 것은 크게 2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그룹차원에서 진행되는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가 붙으면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앞서 지난해 이 회장 사망설이 돌았을 때도 주요 계열사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 상속 등의 승계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 부회장 체제가 완성되고 이 부회장 등 오너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삼성그룹 재편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2014년 5월 이 회장 발병 이후 제일모직, 삼성에스디에스 상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등 삼성그룹 재편 작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장이 이 회장 이슈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 이 회장의 건강과 연관 짓기 어려운데 투자자들이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 지배구조 관련주의 경우 실적이나 펀더멘탈보다는 지배구조 모멘텀에 시장이 지나치게 예민한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지배구조 재편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실적과 사업방향을 보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성물산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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