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김모 검사(33)의 아버지는 28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잘 참고 이겨내리라 생각했던 아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며 이같이 울먹였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세상을 뜨고 나서야 친구들로부터 아들이 최근 10차례 넘게 '상관 때문에 힘들다, 일이 너무 많아서 지친다'고 한 사실을 전해들었다"며 "사무실에 있던 동료도 '아들이 결재를 받는 과정에서 모욕적인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이달 초 주변에서 접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아들의 당시 상관 김모 서울고검 검사(48)를 조사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상관의 반복적인 폭언과 인격 모독적인 발언으로 평소 힘들어했다"며 "아들의 죽음에 해당 검사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적었다.
서울고검 김 검사는 고인의 생전 직속상관으로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에서 부장을 지냈다. 그러던 중 부하직원이 갑작스레 목숨을 끊으면서 서울고검으로 발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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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 당시 법조계 안팎에선 부하직원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은 데 따른 문책성 인사란 평가가 이어졌다. 숨진 김 검사가 '평소 상관의 부당하고 과도한 업무 지시로 스트레스받아왔다'는 취지로 적은 유서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했다.
대검이 접수한 김 검사 아버지의 탄원서는 현재 남부지검이 내려받았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탄원서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아직 감찰 단계까지는 아니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 내부에선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모두가 쉬쉬하면서도 뒤에선 상관이었던 김 검사의 평소 행실에 비춰봤을 때 '터질 게 드디어 터졌다'는 여론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숨진 김 검사의 동기들이나 다른 평검사들이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