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결정날 모인 운용사 대표들 "주식 살 기회"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6.06.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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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국내 운용사, 해외·대체투자 역량 길러야"

브렉시트 결정날 모인 운용사 대표들 "주식 살 기회"


지난 24일 오후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를 비롯해 연기금,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40여명이 강원도 평창의 한 콘도에 모였다. 이 행사는 금융투자협회가 주최하는 1박2일 연례 워크숍으로 운용업계 대표들이 업계의 공통사안을 논의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날 행사는 미리 예정돼 있었지만 마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면서 오후들어 한자리에 모인 운용업계 대표 사이에도 긴장감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공식적으로 브렉시트에 관한 이슈가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운용사 대표들은 브렉시트와 관련된 시장 전망과 대응전략 등을 공유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시장의 변화를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정치적 이슈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아 시장이 한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급등락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운용사 대표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우려의 시각도 있었지만 브렉시트는 단기적인 이슈로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한 운용사 대표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주식 편입비중을 줄이거나 안정적인 대형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꾼다든지 하는 전략이 가능하긴 하지만 시장이 이미 급격하게 반응을 했기 때문에 뒷북을 칠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는 곳은 많지 않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운용사 대표는 "금요일 오전에 개인투자자들의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가 나왔지만 사실 경제여건(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본다"며 "코스피 1900선 아래에서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몇몇 연기금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급락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행사에 참석했다는 언급도 했다. 실제로 지난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1068억원의 주식을 사들여 지난 2월29일(1185억원) 이후 가장 많은 매수세를 기록했다.


이날 행사의 공식 간담회에서는 연기금, 공제회와 운용사들이 건의사항을 나누고 연기금의 향후 투자계획 등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연기금의 평가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한 운용사 대표는 "연기금, 공제회가 자체감사나 국정감사 등 내·외부 감사를 받으면서 수익률이 부진한 곳에 돈을 줬냐는 질책을 피하기에 급급해 보인다"며 "단기 평가 보다는 시대적 흐름이나 글로벌 기준 등을 수용하는 등 시장의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평가기준에 있어 정량적 요소보다는 운용의 차별화 등 정성적인 요소에 배점을 높여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기금, 공제회에서는 주식부문에 있어 패시브 운용과 해외투자, 대체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우리나라 연기금이 해외, 대체투자에 관심은 많지만 국내 운용사들의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며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국내 운용사에는 자금을 맡길 수 없는 만큼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역량을 키워달라"고 주문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날 나온 얘기들을 모아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팀(TF)를 만들고 관계기관에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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