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영국이 EU탈퇴하는데 왜 '엔화'가 오르나요?

머니투데이 이슈팀 박영민 기자 2016.06.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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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금고, 엔화…국가 경제에 독을 풀다

[꿀빵]영국이 EU탈퇴하는데 왜 '엔화'가 오르나요?




(받은 글)
B, C씨와 함께 그룹으로 활동 중인 가수 A씨. 어느날, A씨는 문득 솔로로 데뷔하면 더 많은 인기를 얻을 거라 생각. 고민 끝에 24일 그룹 활동을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발표한 A씨. 그의 단독 행동에 투자자들은 단체로 '멘붕'.

이제 막 솔로 데뷔를 해 미래가 불확실한 A씨, 그리고 A씨 없이 활동을 하게 된 B와 C씨. 확실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잘 나가는 가수 D에게로 눈을 돌림. 덕분에 지금 가수 D씨의 주가 매우 상승중.(#가수 D씨_의문의_1승)



A:영국, B:프랑스, C:독일, D:일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파로 원/엔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27일 원·엔화 환율은 16.78원 오른 1154.69원에 마감했다. /사진제공=뉴스1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파로 원/엔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27일 원·엔화 환율은 16.78원 오른 1154.69원에 마감했다. /사진제공=뉴스1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에 빗대어 설명해 봤어. 지난 24일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는 소식에 난데없이 일본의 '엔화'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지.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궁금했던 분들은 일단 한 번 읽어봐.

금융 위기가 닥칠 때마다 사람들이 엔화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렉시트'와 같이 겁나 큰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위험 자산'에서 돈을 빼내 '안전한 금고'로 넣지. 투자자가 잘나가는 가수 D에게 투자를 시작한 것처럼 말이야.

'안전한 금고' 중의 하나가 바로 엔화야. 엔화는 외환시장에서 달러(2013년 거래 비중 43.5%), 유로(16.7%)에 이어 세번째(11.5%)로 많이 거래되지. 엔화를 사두면 웬만한 금융위기가 와도 '돈이 묶일 염려' 없어.


엔화가 '안전한 금고'란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고? 맞아 나도 그래. 일본 경제가 20여년째 '저성장' 중이기 때문이지. (#잃어버린_20년_곧_30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일본의 '나라 빚'은 2016년 현재 국내총생산(GDP)대비 '250%'에 달한다고 해. 얼마 전 국가 부도 위기를 겪은 그리스의 '177%'보다도 높은 수치라는. 고령화와 저출산이 가장 심한 나라이기도 하고.

25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편의점 신문가판대. 이날 주요 일간지 및 방송들은 '영국 EU(유럽연합) 이탈'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 도쿄(일본)=박진영 기자25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편의점 신문가판대. 이날 주요 일간지 및 방송들은 '영국 EU(유럽연합) 이탈'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 도쿄(일본)=박진영 기자
일본의 경기가 이리 불황인데도 엔화가 안전한 금고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정부의 '빚쟁이'(채권자)들이 대부분 자국민들이란 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어. 또 그들 중 대부분은 은퇴한 노후 세대라 웬만해선 채권을 팔지 않지. 이 때문에 당장은 국가부채가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도 낮고. 쉽게 말해, 우리 집 빚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에 쥐고 있는 거야. 한가족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버지한테 빚 독촉을 하시진 않을 테니까(ㅋㅋ)

빚더미에 앉아있는 가난한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 국민들은 부자야. 일본의 GDP대비 가계부채는 66%로 우리나라의 84%보다 훨씬 낮지. 불황이라 오랫동안 금리를 낮게 잡았던 일본에서 이 정도의 가계 부채율을 유지했단 것은 높이 살만해. 이런 이유로 국가부채 기준으로는 '빚잔치' 중인 일본의 엔화는 세계적인 '안전 자산'이 된 것이야.

브렉시트 결과가 나오자마자 지구 반대편의 일본이 울상을 지은 이유, 이제 알겠지?

지난 23일 달러당 104엔 수준이던 엔화 가치가 24일(브렉시트 결정) 이후 한때 1달러당 99엔까지 올랐어. 엔화가 오르면 수출은 부진해지고 경기 불황도 지속되지. 결국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가 국가 경제라는 우물에 독을 푼 것이란 말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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