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 편의점 신문가판대. 이날 주요 일간지 및 방송들은 '영국 EU(유럽연합) 이탈'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 도쿄(일본)=박진영 기자
26일 도쿄 시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 소식에 (엔·달러) 환율이 급속도로 떨어져 놀랐다"며 "고객 중 90% 상당이 중국을 포함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엔고' 영향을 직격타로 받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면세업계가 이례적인 세일 계획을 세우는 등 대응책을 찾느라 바쁘다"고 덧붙였다.
◇"득은 없고, 손실 막대" 수출 기업 타격에 '전전긍긍' = 이번 주말 내내 일본 주요 언론 기사는 브렉시트로 도배됐다. 일본 언론의 공통적인 진단은 "득은 거의 없고, 손실은 막대하다"는 것.
일본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주가도 급락했지만 일본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졌고, 환율도 직격타를 맞아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정부 개입으로 금융시장이 가까스로 진정됐지만 향후 영향이 어떻게 번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이니찌 신문은 브렉시트에 따른 관세 등 환경 변화로 영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엔고에 따라 일본 내 수출 기업의 경쟁력도 대폭 약화될 것으로 봤다. 영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토요타, 닛산 등 1000개사 정도다. EU 역내 무역에 대한 관세가 '제로'고 특혜도 있어 많은 일본 기업이 유럽 수출 거점을 영국에 마련했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달러에 100엔 수준을 1년간 지속하면 수출 기업 25개사의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보다 9000억엔(약 10조3000억원) 줄어든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다수 일본 기업에 큰 영향을 미쳐 영국에 위치한 공장을 이전하는 등 대책 수립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첫 주말인 이달 25일 많은 일본 시민들과 다수의 관광객들이 도쿄 중심가인 긴자의 한 교차로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도쿄(일본)=박진영 기자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한 일본인도 "지난달까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했는데 엔화가치가 상승하면(엔고) 한국 등 경쟁국으로 관광객들이 방향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진당 등 일본 야당은 브렉시트를 정치 쟁점화했다. 에다노 유키오 민진당 간사장은 "엔저와 주가부양에 의존한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이 한계에 달했다"고 공격했다.
아베 총리는 25일 미야자키현에서 가진 연설에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정치안정"이라고 호소했지만 아베노믹스 실패를 정치쟁점화하는 야당 공세에 곤혹스러워했다.
한 일본 유력지 기자는 "브렉시트가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며 "재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브렉시트 여파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된 이달 24일 일본 신주쿠 거리에 비가 내리고 있다. / 도쿄(일본)=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