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내다팔자" 혼돈의 '브렉시트 런던'은 지금…

머니투데이 런던(영국)=정인지 기자 2016.06.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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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쇼크]영국 현지 르포

"파운드 내다팔자" 혼돈의 '브렉시트 런던'은 지금…


브렉시트 투표날인 23일(현지시간) 워털루 역 앞 환전소에서는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를 예상한 사람들이 파운드를 유로로 환전하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아직 투표 결과가 확정되기 전이었지만 브렉시트가 확정된다면 파운드의 가치 하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자신의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싶어한 영국인, 영국에서 일을 하지만 유로화가 필요한 EU인들이 앞다퉈 달러와 유로로 돈을 바꿨다.

이는 결과적으로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음날인 24일 투표 결과가 유럽 탈퇴로 드러나자 달러 대비 파운드는 장중 사상 최고 낙폭(-11%)을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로도 2%가 넘게 빠졌다. 영란은행이 통화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폭락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하루만에 파운드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다.



미리 파운드로 환전했던 한국인 이민자, 유학생들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인터넷 까페에서는 '도대체 언제 환전해야 하는 것이냐',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쌀 때 빨리 파운드를 확보해달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이 몰려 은행에서 보유하고 있는 파운드가 동이 났다고 한다. 기다려야할 듯하다'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민감한 주제는 환율 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도 불투명해졌다.



"파운드 내다팔자" 혼돈의 '브렉시트 런던'은 지금…
런던은 세계적으로도 거주비가 매우 비싼 도시다. 우리나라 원룸 개념에 해당하는 스튜디오 플랫도 월 200만~300만원은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인구에 런던은 주택난을 겪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저층건물을 부수고 고층 건물을 짓는다. 런던 시내에서는 공사현장과 기중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런던에서 '정원을 가꾸는 삶'이 가능한 것은 소수의 부유층 뿐이다. 런던 외곽에는 한국처럼 20~30층 규모의 아파트가 신규 건설되고 있다. 영국에서 4인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성규씨는 "런던에서는 도저히 집세를 감당할 수 없어 교외로 빠지는 사람들이 많다"며 "월세로 빠지는 돈이 만만치 않아 언제쯤 집을 살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언론은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파운드 가치가 떨어져 투자 매력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영국 사업 비중이 높은 글로벌 부동산 업체 CBRE그룹은 24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9%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업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부동산 중개업체인 덱스터의 지점장 조나단 필드맨씨는 "브렉시트가 확정된 24일에도 방 한개짜리 집을 70만파운드(11억2000만원)에 매매했다"며 "런던은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초고가 주택이 아닌 이상 주택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란은행이 경제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현재 0.5%에서 0%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동산 시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브렉시트로 런던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내 자녀에게 좋은 교육 환경과 거주지를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EU 잔류에 투표했지만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인들의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단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파운드 내다팔자" 혼돈의 '브렉시트 런던'은 지금…
엇갈리는 의견 속에서 거주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 영국인은 "주택 구매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부동산업자들은 집값이 잠시 흔들릴 수는 있어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뉴스에서는 브렉시트로 하락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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