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결혼 안 해" 말하면서 이혼 못 하는 투자자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6.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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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44>다시 살 주식 아닌데 팔지 않는 이유, 소유효과(endowment effect)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주는 국내외적으로 모두 이혼과 관련된 초대형 사건으로 시끄러웠다. 국내에선 유부남인 영화감독 홍상수씨와 미혼 여배우 김민희씨의 불륜 스캔들이 터졌고 국외에선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가 있었다.

홍 감독의 아내는 "이혼은 절대 안 한다"라고 밝혔지만 홍 감독은 이혼을 원하며 현재 별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만류에도 지난 23일(현지시간) 과반수가 넘는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유럽연합과의 이혼을 공식 통보했다.



31년을 같이 산 홍 감독의 아내는 "아내로서 남편을 향한 끈을 절대 놓지 않고 있다"며 이혼 불가 이유를 밝혔고, 46년을 유럽연합과 같이 했던 영국 국민은 이민자 유입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브렉시트 이혼 사유를 밝혔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시겠습니까?”



사람이나 국가 모두 이혼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부부사이의 애정을 측정한답시고 위와 같은 난처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러면 참으로 다양한 대답들이 쏟아진다.

“미쳤어요?”에서부터 “결혼 같은 거 절대로 안 할 겁니다. 그냥 혼자 살래요.”, “다시 하라면 더 좋은 사람 고를 거예요.”, “쓰레기차 피하려다 똥차 만난다고, 그냥 이 사람과 다시 살래요.” 등등.

그러나 단순히 ‘예’(yes)나 ‘아니오’(no)라고 대답하라고 하면 대체로 ‘예’보다는 ‘아니오’의 비율이 높게 나온다는 설문조사가 많다. 특히 ‘아니오’로 답하는 비율이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높다는 결과와 함께.


그런데 ‘아니오’로 대답한 사람에게 “그러면 지금 배우자와 이혼하시겠습니까?”라고 추가 질문을 던지면 ‘예’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혼을 하는 게 맞는데, 보통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말해 놓고도 실제로 이혼은 하지 못한다. 왜 그러는 걸까?

주식투자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최근 은행 주식을 수십 년째 보유하고 있는 70대 후반의 한 노부인을 만났다. 이 분은 지난 수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은행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들고 있었다.

필자가 “다시 주식투자를 하셔도 그 은행 주식을 사시겠습니까?”라고 묻자 70대 노부인은 “절대 아니요”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렇다면 그 은행 주식을 더 이상 보유할 이유가 없네요. 지금 팔아버리시는 게 맞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자 70대 노부인은 “글쎄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은행 주식을 팔아 버리는 게 맞는데, 그 노부인은 그렇지 못했다. 왜 그러는 걸까?

테니스 선수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케리 존슨(Kerry Johnson) 박사의 신간인 『Behavioral Investing: Why Smart People Make Dumb Mistakes With Their Money』에는 20년간 제너럴모터스(GM) 주식을 보유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사람은 100만 달러어치가 넘는 GM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5년간은 계속 손실을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사람은 GM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고 이제 GM 주식을 처분할 때라는 전문가의 조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응당 GM 주식을 처분하는 게 맞는데 그는 집착하고 있었다.

행동재무학자인 리차드 테일러(Richard Thaler) 교수는 이 같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로 설명한다. 소유효과란 동일한 물건이라도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선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려는 습성을 일컫는다.

이러한 소유효과는 벼룩시장이나 중고품 매매시장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대체로 중고물품을 파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에 비해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도 소유효과 때문이다.

중고물품 소유자는 그 물건에 대한 애착과 추억에 대한 가치까지 물건 가격에 부과하려 하지만 중고물품을 사려는 사람에겐 그런 것들은 전혀 가치가 없다. 따라서 중고물품을 파려는 사람이 내놓은 가격은 사려는 사람이 제시하는 가격보다 일반적으로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테일러 교수가 코넬대학 경제학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테일러 교수는 일단의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공짜로 6달러 짜리 머그컵을 나눠주고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머그컵을 사고팔게 했다.

먼저 머그컵을 얼마에 주고 살 것인지 물어봤다. 코넬대 학생들이 제시한 최고 매수가격은 2.75달러에 불과했다. 6달러 짜리 머그컵임에도 이들은 2.75달러 이상을 내고 사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엔 반대로 머그컵을 얼마에 팔지 물어봤다. 사실 공짜로 받은 머그컵이므로 단 1달러에 팔아도 남는 장사가 된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책정한 최저 판매가격은 5.25달러였다. 이 가격 밑으론 팔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실험결과는 사람들이 공짜로 받은 물건에 대해서까지 소유효과를 보인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니 실제로 자기가 돈을 들여 산 물건이나 주식에 대해선 오죽하겠는가.

위에서 언급한 70대 노부인과 대화를 하면서 왜 노부인이 수년 째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은행 주식을 팔지 않고 수십 년째 보유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노부인의 남편이 전직 은행지점장이었던 것이다.

남편이 전직 은행원이었기 때문에 70대 노부인은 은행 주식에 감정적인 애착을 갖고 있었다. 결국 합리적인 투자결정에 감정이란 비이성적인 변수가 개입하면서 은행 주식을 팔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20년간 GM주식을 보유한 사람도 알고 보니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GM에서 근무했었음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이 사람은 은연중에 GM 주식에 ‘충성’스럽게 집착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혹시 수년째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무슨 이유에서든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있지는 않습니까? 혹시 다시 주식투자를 할 경우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냥 계속 보유하고는 있지 않습니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주식과 결혼하시겠습니까?”

만약 위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한다면 얼른 이혼하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주식을 못 파는 이유가 소유효과 때문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람이나 국가도 이혼을 결정하는 판에 주식과 이혼하지 못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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