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인1조' 지키라던 서울메트로, 수리공은 고작 7명 늘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6.06.01 13:22
글자크기

서울메트로, '2인1조' 인력 28명 필요하다는 은성PSD 요청에 17명만 충원…그마저 10명은 '센서 청소인력'으로 돌려

최병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열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원인규명과 대책촉구 기자회견 후 사고현장을 찾아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사진=뉴스1최병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열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원인규명과 대책촉구 기자회견 후 사고현장을 찾아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사진=뉴스1


스크린도어(승강장 안전문) 수리시 '2인 1조' 안전매뉴얼을 강조하던 서울메트로가 정작 은성PSD의 스크린도어 정비인력은 7명만 충원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스크린도어 용역업체인 은성PSD가 '2인 1조' 근무를 위해 수리공이 최소 28명 필요하다며 요청했지만, 서울메트로는 이를 17명으로 줄인 뒤 그마저도 10명은 수리공이 아닌 '센서 청소인력'으로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이후 수리 용역업체였던 은성PSD로부터 수리공을 28명 충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서울메트로는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공이 '2인 1조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돌렸다. 1명은 수리를, 다른 1명은 전동차가 들어오는지 감시를 해야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수리공의 과실이자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은성PSD는 2인 1조 근무를 하려면 수리공이 최소 28명은 필요하니 서울메트로에 충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은성PSD 관계자는 "서울메트로의 또 다른 스크린도어 용역업체인 유진메트로컴 만큼이라도 수리공 인력을 늘려달라고 28명 충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인력 충원을 놓고 은성PSD와 저울질하며 지연시키다가 올해 17명을 충원했다. 그런데 충원된 17명 중 스크린도어 고장시 출동해 수리하는 인력은 7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충원된 나머지 인력 10명은 수리공이 아닌, '스크린도어 센서 청소' 인력이었다.

최병윤 서울메트로노조 위원장은 "스크린도어 센서에 먼지가 끼면 오작동이 발생해서 안에 들어가서 닦아야 한다. 이번 구의역 사고도 그렇게 발생했다"며 "먼지가 끼면 오작동으로 자주 출동하고 전동차 운행이 지연되니 10명을 센서 청소인력으로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출동할 수 있는 스크린도어 수리공을 원했던 은성PSD 직원들은 실망감이 컸다. 은성PSD 관계자는 "충원한 인력을 2인 1조 근무와 관계 없이 센서 닦는 일을 하도록 서울메트로가 지시했다"며 "은성PSD 직원들 모두 충원인력을 왜 거기에 투입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7명에 불과한 서울메트로의 수리공 인력 충원으로 '2인 1조'는 불가능한 매뉴얼이 됐다. 125명이 97개 역사의 7700개의 스크린도어를 정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밥먹을 시간도 없어 컵라면을 가방에 넣어놓고 다니던 은성PSD의 19세 청년 수리공 김모씨는 홀로 구의역으로 출동했다가 전동차를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서울메트로도 지난달 31일 잇따른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김씨의 잘못이 아닌, 관리·시스템의 문제였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