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넘버2' 삼성화재, 삼성물산 서초사옥 매입한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박종진 기자 2016.05.3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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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해 본사 이전 추진, 인수가 최대 6000억원… 서초사옥 전자·금융으로 재편

삼성물산 서초동 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삼성물산 서초동 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DB


삼성화재 (282,000원 ▼7,500 -2.59%)삼성물산 (144,500원 0.00%)의 서초사옥을 인수해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수가 성사되면 삼성그룹의 심장부인 서초사옥은 '삼성전자(C동)-삼성생명(A동)-삼성화재(B동)' 소유로 재편된다.



31일 금융권 및 재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연내 삼성물산이 보유한 서초사옥 B동(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74길 14)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본관인 C동(삼성전자 소유) 앞 왼편에 자리 잡은 지하 6층, 지상 33층 건물로 장부가액은 토지와 건물을 합쳐 5630억원이다. 인수가는 최대 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당초 삼성물산 서초사옥을 임대해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아예 인수하는 방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서초사옥 인수를 포함해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서초사옥을 인수하면 삼성그룹이 전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는 방향성에 맞춰 서초사옥도 새 주인을 맞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주사격이긴 하지만 각 부문별 본사가 이미 다른 곳에 새 둥지를 틀어 굳이 서초사옥을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의 부진한 실적도 서초사옥 매각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삼성물산은 올 1분기에만 434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상사부문과 패션부문에서 소폭 이익이 났지만 리조트 부문과 바이오·건설 부문에서 손실이 났다.

특히 건설부문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에서 공사 지연 등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대거 발생하면서 41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건설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분간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삼성화재는 삼성그룹에서 현금 창출력이 삼성전자에 이어 '넘버 2'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삼성생명은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에 발목이 잡혀 저금리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삼성화재는 금리연동형 상품이 많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손해보험은 생명보험에 비해 다양한 상품개발이 가능한데다 삼성화재의 경우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일반 화재·해상보험의 포트폴리오가 최적화돼 있다"며 "삼성화재는 올해부터 겉으로 보이는 영업이익·순이익 등의 지표에서도 삼성생명을 앞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다만 서초사옥의 실제 매각이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옥 매각에 따른 세금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어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그룹 차원에서 삼성물산과 삼성화재의 중장기 현금흐름을 자세히 살피고 있는 단계로 매각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화재는 삼성물산 서초사옥으로 이전해도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을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은 임대를 주더라도 보유하고 있는게 유리하기 때문에 가급적 팔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대신 삼성화재가 보유한 다른 사옥 등 부동산을 팔아 삼성물산 서초사옥 인수 자금에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을지로 본관 외에도 전국에 25개 사옥과 2개의 연수원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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