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산보다 싱싱한 '강원도 연어' 나온다..'황동어망의 힘'

머니투데이 고성(강원)=최우영 기자 2016.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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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0월부터 활연어 출시… LS니꼬동제련, 나일론 소재 대체 亞 최초 외해 연어양식 성공

강원 고성 봉포항 외해에서 끌어올린 양식연어. 무게 2.8kg 가량으로 올해 가을이면 성어가 돼 5kg 가량까지 자란다. /사진=동해STF강원 고성 봉포항 외해에서 끌어올린 양식연어. 무게 2.8kg 가량으로 올해 가을이면 성어가 돼 5kg 가량까지 자란다. /사진=동해STF


바닷속으로 들어간 잠수부가 10여분만에 낚시바늘에 달린 연어를 들고 올라왔다. 어른 팔뚝보다 큰 은색 빛깔 연어의 무게는 2.8kg이었다. 올해 가을이 되면 4~5kg까지 자라고, 양식장을 벗어나 시장에 팔리게 된다.

요즘 한국인들이 먹는 연어는 대부분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이지만 올 10월이면 싱싱한 '강원도 연어'가 우리들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된다. LS니꼬동제련의 황동어망 기술이 낳은 성과다.



강원 고성 봉포항에서 배를 타고 20여분이 걸리는 5km 외해 지점에는 지름 32m의 가두리 양식장 10곳이 있다. 아시아 최초로 외해(수심 35m 이하)에 설치한 연어 양식장이다. 밑에서는 은연어 4만마리, 바다송어 10만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연어 양식장을 운영하는 현지 양식업체 동해STF의 김성욱 이사는 "기존 노르웨이와 캐나다 등의 연어 양식은 내해(연안)에서 이뤄져 어류 배설물 등 퇴적물이 쌓여 환경을 해쳤다"며 "수심 깊은 청정해역인 외해 양식은 퇴적물과 사료 찌꺼기가 쌓일 가능성이 적고 용존산소량도 높아 어류 역시 우수한 품질로 양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해 양식을 가로막는 문제는 어망이었다. 기존 내해 양식에 쓰이던 나일론 어망은 외해에 내보내면 각종 해조류가 달라붙고, 시간이 지나면 부식돼 물고기들이 탈출하는 일이 잦았다. 소재가 약해 6개월마다 망갈이도 필요하고, 강한 태풍이 밀려올 경우 무너지는 일도 잦았다.

지상에 펼쳐진 지름 32m 규모 황동어망. 1개의 무게가 8톤에 달해 태풍에도 끄덕 없다. /사진=동해STF지상에 펼쳐진 지름 32m 규모 황동어망. 1개의 무게가 8톤에 달해 태풍에도 끄덕 없다. /사진=동해STF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LS니꼬동제련의 구리 소재를 이용한 '황동어망'이었다. 초기비용은 나일론보다 다소 많이 들지만, 구리의 항균작용으로 인해 연어 폐사율도 낮추고 해조류가 달라붙는 현상도 막을 수 있었다.

동해STF는 황동 어망을 이용해 '부침식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었다. 여름철 수온이 높아지거나, 태풍이 몰려올 경우 연어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양식장 자체를 더 낮은 수심으로 내리는 기술이 적용됐다. 바다 상황에 따라 어망 높낮이를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전통적 연어 양식 강국인 노르웨이와 함께 일본 최대 수산기업 닛스이 등에서도 부침식 어망 기술제휴를 요청하고 있다.


동해STF가 연어 양식을 본격화하며 올해 첫 매출 달성을 앞두자, 고향을 떠났던 젊은이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동해STF는 현재 14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을 고성군민으로 채웠다. 현지 어민과 어촌계 협업 아래 올해 10월 본격 출하가 시작되면 인근 가공공장, 육상 치어 종묘산업, 연어 체험 낚시터 등을 조성하며 더 많은 현지인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강원 고성 봉포항 외해 황동어망 가두리양식장에서 연어들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동해STF강원 고성 봉포항 외해 황동어망 가두리양식장에서 연어들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동해STF
김성욱 이사는 "일본도 성공하지 못한 외해 사계절 연어 양식이 성공한 배경에는 부침식 기술과 함께, 기술 구현을 가능하게 해준 LS니꼬동제련의 소재 공급이 있었다"며 "올해 가을부터는, 노르웨이에서 비행기 타고 3일씩 걸려서 오는 냉장연어가 아닌 강원도산 활연어를 전국 소비자들이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동해STF의 황동어망 성공 사례가 전파되자, 각종 양식업체들도 황동 어망에 주목하고 있다. 나일론어망 양식에 들어가던 항생제가 필요 없고, 8톤에 달하는 어망의 무게 덕분에 여름철 태풍에도 끄떡없기 때문이다.
동 산업계는 현재 내해 양식 어망의 30% 가량을 황동 어망으로 교체할 경우 동 2만2500톤 가량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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