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터넷상 '남혐·여혐' 게시물 직접 삭제요청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6.05.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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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방청에 모니터링 요원 배치, 방통심위에 삭제요청… 표현자유 침해·실효성 논란

강신명 경찰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전국경찰지휘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강신명 경찰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전국경찰지휘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경찰이 남성혐오와 여성혐오 등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서 직접 삭제를 요청한다. 최근 강남역 20대 여성 살인사건 이후 추모과정에서 폭행 시비가 있었던 것처럼, 온라인에서의 갈등이 오프라인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6일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가운데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특정집단에 대해 모욕적 문구나 극단적 욕설 등 남녀 사이 편견·갈등을 불러올 만한 게시글에 대해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지방경찰청마다 모니터링 요원을 1명씩 두고, 경찰청에는 전담인력 3명을 배치했다. 지방청별로 방통심위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조치결과 등은 경찰청이 관리할 방침이다.



온라인 남녀 갈등 조장 게시글에 대한 삭제 요청은 경찰이 추진 중인 여성안전 특별치안대책 중 하나다. 경찰은 이번 강남역 20대 여성 살인사건을 겪으며 온라인 게시판에서의 갈등이 사회 갈등과 현실 범죄로 이어진다고 보고, 이번 대책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 20일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에서 1인 시위를 하던 30대 남성이 행인 일부에게 폭행당하는 등 인터넷에서의 갈등이 폭력사건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고소와 처벌의사가 필요한 모욕·명예훼손 수사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범죄예방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강남역 20대 여성 살인사건을 겪으며 온라인에서의 갈등이 사회적인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가 있었다"며 "범죄 예방차원에서 온라인 게시글을 삭제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침해와 실효성 논란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의 당사자가 아닌, 국가 기관인 경찰이 직접 게시물에 대해 삭제요청을 하기 때문에 기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방통심위는 성별, 종교, 장애 등을 차별·편견을 조장하는 글을 삭제할 수 있다"며 "경찰은 극단적 욕설이나 성적 표현, 범죄 관련 협박 등 방치하기 어려운 게시물에 대해서 삭제요청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삭제요청을 한 게시물이 방통심위의 심의를 거처 삭제되기까지 10일가량이 걸리는 점도 문제다. 소비되는 시간이 하루가 안 될 정도로 짧은 온라인 게시글의 특성을 감안하면, 범죄예방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9층 무궁화회의실에서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를 열고, 여성안전 특별치안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강신명 경찰청장은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한 치안대책을 주문했다.

경찰은 6월부터 8월말까지 3개월 동안을 여성범죄 대응 특별치안활동 기간으로 두고 △범죄취약지역·인물 신고 접수 및 대응 △전 경찰력 동원 순찰 강화 △긴급신고 및 위치확인 기능 스마트워치 배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범죄 징후가 보이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서 정신병원에 응급입원 조치를 하고, 비긴급상황에서도 입원을 강제할 수 있는 행정입원 요청을 위한 지침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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