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하람베'의 억울한 죽음에 뿔난 미국인들

머니투데이 이슈팀 진은혜 기자 2016.05.30 13:58
글자크기

4살짜리 아이 우리 안에 미끄러진 뒤 고릴라 사살… "부모 형사처벌" 청원 빗발쳐

고릴라 '하람베'의 억울한 죽음에 뿔난 미국인들


로랜드 고릴라 하람베의 사살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있다./사진=신시내티 동물원 페이스북로랜드 고릴라 하람베의 사살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있다./사진=신시내티 동물원 페이스북
고릴라 사육장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1급 멸종위기종 로랜드 고릴라를 사살한 사건이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28일(현지시간) 4살짜리 아이가 약 4.6m 아래 고릴라 우리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에 있던 하람베라는 이름의 고릴라는 아이를 발견하곤 아이의 바지를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공포에 질린 아이와 관중들을 비명을 질렀다. 상황이 10분가량 지속되자 동물원 대응팀은 고릴라를 사살했다. ▷영상보기



신시내티 병원으로 후송된 아이는 사건 발생 당일 큰 부상 없이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원은 다음날 개장했지만 아홉 마리의 로랜드 고릴라가 있는 고릴라 우리는 열지 않았다.

동물원 책임자 타네 메이나드는 성명을 통해 "사살은 아이를 일촉즉발의 위험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하람베를 잃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그러나 빠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메이나드는 이어 "우리의 우선순위는 방문객과 동물의 안전"이라며 "지난 38년간 동물 우리의 담장은 역할을 잘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문객과 동물의 안전을 향상시킬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해볼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변론은 고릴라의 죽음에 분노한 여론을 잠재우기엔 불충분했다. 일각에선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고릴라를 죽음으로 몬 부모들을 형사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의 부모에게 법적 책임을 묻자는 온라인 청원 페이지 '하람베를 위한 정의'는 오전 10시(한국시간) 기준으로 4만3900여개의 서명을 받아냈다.

동물 애호단체 PETA는 트위터에 이 일을 언급하며 "이 사건은 영장류나 고릴라를 감금해선 안 된다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로랜드 고릴라는 국제멸종위기종 1급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엔 칠레 산티아고 시립 동물원에서 한 남자가 자살하려 사자우리에 뛰어들었다. 동물원 측은 남자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자를 사살했다. 소식을 접한 전 세계 누리꾼들은 '한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애꿎은 사자만 죽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고 성명을 발표한 동물애호가협회 PETA../=사진 PETA 트위터 캡쳐이번 사고가 발생하고 성명을 발표한 동물애호가협회 PETA../=사진 PETA 트위터 캡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