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포기한 해성DS, 2년 만에 코스피 입성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6.05.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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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 조돈엽 대표와 직원들이 나와 사업부 인수… 삼성·신생기업의 장점 모아

#2014년 4월 삼성테크윈은 반도체부품 사업부 일체를 해성디에스(옛 엠디에스)에 넘겼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오른 반도체부품 사업부의 직원들이 퇴직해 만든 회사였다. 당시 증권가는 '잠재적인 적자요인, 사양화에 있는 리드프레임, 경쟁력이 떨어지는 BoC(board on chip)로 구성된 구조조정이 필요한 사업부’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해성디에스를 선택한 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59·당시 삼성테크윈 전무)와 종업원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해성그룹을 최대주주로 유치한 해성디에스(해성그룹 55%, 종업원 45%)는 2년 사이 성장을 거듭했고 현재 코스피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한화그룹에 넘어가며 주식시장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 /사진제공=해성디에스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 /사진제공=해성디에스


6월 증시 입성을 앞둔 해성디에스의 조돈엽 대표를 최근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삼성테크윈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한 조 대표는 구조조정을 위해 반도체부품 사업부를 맡았으나 성장성을 보고 직원들과 함께 지금의 해성디에스를 만들었다.



조 대표는 "2014년 사업부를 정리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주요고객사 사람이 찾아와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왜 포기하냐'고 했다"며 "충분히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해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처음 종업원지주회사 형태를 생각했으나 경영권 안정 등을 이유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해성그룹에 투자를 받았다. 조 대표와 직원들을 신뢰한 해성그룹은 경영을 모두 일임했다. 임직원을 그룹에서 파견하지도 않았고, 배당도 받지 않았다.

거대한 삼성그룹에서 벗어난 조 대표는 먼저 삼성의 그늘을 회사에서 지웠다. 그는 "삼성 출신의 훌륭한 인재를 확보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었다"며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이 느린 것과 수익성이 좋지 않은 내부고객이 너무 많은 것은 단점이었다"고 회상했다.


조 대표는 우선 회사의 체질을 외부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 그리고 보고 체계를 간소화하고,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회사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 지금도 해성디에스는 매달 조 대표가 직원들에게 회사의 경영상황 등을 직접 설명한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칩과 회로기판을 연결하는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Substrate)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릴(reel) 생산방식을 적용해 생산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였다. 리드프레임은 현재 급성장 중인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경영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2460억원, 영업이익 188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71억원, 8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5%, 170.1% 증가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97%다.

이와 함께 해성디에스는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조 대표는 "모두가 상용화는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아이리버와 함께 그래핀을 이용한 오디오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며 "바이오 진단기기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삼성테크윈에서 회사가 분리되면서 직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IPO(기업공개) 추진을 결정하게 됐다"며 "종업원의 지분이 높은 만큼 배당성향도 20% 정도를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장과정에서 조달한 240억원(신주발행)은 모두 시설자금에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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