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개천에서 '스타'난다?" 최후의 계층 사다리 '아이돌 고시'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6.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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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참가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Mnet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 모습. /사진=조현아 인턴기자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참가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Mnet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 모습. /사진=조현아 인턴기자


"아이돌 고시는 '개천에서 용 나는' 마지막 길이다."

한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는 오늘날 '아이돌 고시' 현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수억원에 달하는 데뷔 비용을 스스로 갚아야 하지만, 아이돌 고시는 10대들이 신분 상승을 꿈꿀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2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대중문화예술산업 기획업 분야 소속 연습생 규모는 1200명이다. 만 9세 이하가 10명, 10~12세가 23명, 13~15세 83명, 16~19세가 231명을 차지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디션 관련 카페 최고 회원수는 12만명이 넘는다.

연습생의 데뷔기간은 연기자는 약 2년(24.5개월), 가수는 약 2년 2개월(26.4개월), 모델은 1년 8개월(20.8개월)로 나타났다. 연습생 가운데 계약서를 작성하는 비율은 66.8%에 머물렀다. 10명 가운데 4명은 계약서도 없이 연습생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기획사가 투자하는 비용인 1인당 2억~3억원이다. 연습생들은 이 비용을 데뷔하고 갚는다는 내용으로 기획사들과 7년 전속계약을 맺는다. 인지도 있는 아이돌은 이 비용을 갚는데 2~3년이 걸린다. 만약 인기를 얻지 못한다면 가장 화려해야 할 20대를 기획사에 묶여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들은 데뷔 후에도 성공의 길은 멀기만 하다. 과거 'H.O.T', '젝스키스' 등 데뷔 직후 전국구 스타가 됐던 1세대 아이돌과 달리, 최근 수많은 아이돌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음원을 발표한 뒤 1~2차례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사라지는 아이돌들도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10대들이 아이돌 고시에 몰리는 이유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교육이 더 이상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어렵게 대기업에 취직을 해도 30대부터 희망퇴직에 노출되는 현실에서, 아이돌 고시는 스스로 '흙수저'라 칭하는 10대들이 성공을 꿈꾸는 마지막 길이라는 것.


한 연예 기획사 대표는 "사실 아이돌 데뷔하는 친구들 중 집안 형편이 좋지 않거나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친구들이 많다"며 "이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이돌로서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명의 아이돌이 성공하면 자신뿐 아니라 집안 자체를 일으킬 정도의 부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지는 아이돌 고시에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살 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여자 아이돌은 중매라도 많이 들어오지만, 남자 아이돌이 데뷔 후 실패하면 할 게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우리 곁을 스쳐간 수많은 아이돌을 떠올려 보라.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라며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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