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베팅? 빚만 쌓이는 '아이돌고시'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이원광 기자 2016.05.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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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부터 데뷔 전까지 1인당 2~3억원, 데뷔 비용 커지면서 부담도↑

그룹 '여자친구' / 사진=쏘스뮤직 제공그룹 '여자친구' / 사진=쏘스뮤직 제공


4323만원.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등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그룹 여자친구가 2014년 7월부터 7개월간 교육훈련비, 숙소임차료, 도우미, 숙소 물품비, 통신비, 식대, 관리비로 사용한 금액이다.

최근 걸그룹 여자친구의 전 멤버 탈퇴와 관련한 소송에서 소속사 쏘스뮤직이 밝힌 내용이다. 여자친구의 멤버들은 쏘스뮤직에서 약 2~4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다. 평균 2년 6개월간 연습생으로 지냈다고 가정하면 여자친구는 데뷔 전까지 약 1억85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데뷔까지 1인당 2억원, 춤부터 중국어까지 만능 아이돌 만든다=엔터 업계에 따르면 아이돌 가수는 연습생 생활을 거쳐 1집 데뷔를 할 때까지 1인당 약 2억~3억원의 비용을 쓴다. 이 비용은 연습생 시절과 데뷔 확정 이후 비용으로 나뉜다.

연습생 비용은 크게 숙소비와 레슨비, 식비로 구분된다. 숙소는 강남에 월세 200만~250만원의 아파트나 빌라를 빌려 단체 생활을 한다. 규모가 큰 소속사는 전세 주택을 사용한다. 식대는 5명 기준 월 150만~200만원 수준이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건 레슨비다. 아이돌 그룹당 평균 한 달에 1500만원이 넘는 교육비를 쓴다. 일본 시장에 이어 최근 중국 시장이 부각되면서 멤버별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가르치거나, 외국인에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춤과 보컬 등 가수의 기본 소양을 기르는 교육도 실시한다.

특히 과거에는 데뷔가 확정된 연습생에게 트레이너를 붙여 몸매를 관리했다면, 최근에는 일반 연습생 시절부터 화보 촬영 등을 고려해 몸매를 만들고 있다.

연습생 15명을 보유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습생들에게 매일 일기를 쓰게 해 인성을 관리한다"며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4시부터 12시까지 매일 연습을 한 뒤, 오디션을 거쳐 최종 데뷔 예정 그룹에 선발된다"고 말했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매년 많은 아이돌 가수가 쏟아져 나오면서 철저하게 준비된 아이돌만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연습생들도 과거에는 데뷔가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한류 스타로 성공하기를 원해, 회사의 시스템에 철저히 따르는 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혹독한 관리는 부작용을 나타내기도 한다. 여자친구의 전 멤버 김 씨는 단기간에 불가능한 체중감량을 지시하고, 체중감량이 되지 않자 외모를 비하하면서 연습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가수 지망생들 / 사진=김창현 기자'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가수 지망생들 / 사진=김창현 기자
◇대형 기획사에 목매는 연습생, 데뷔 때부터 다르기 때문?=최근 대형 기획사 아이돌의 데뷔 비용만 약 20억원에 달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데뷔 비용이 상승한 이유는 데뷔 전부터 팬덤을 만드는 작업이 필수 과정이 되면서다. 데뷔 전부터 멤버들의 얼굴을 알리고 음반을 발매할 때 3000~1만석 규모의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이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쓸 수 있는 대형 기획사에 실력 있는 연습생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인기에 기업의 명운이 걸린 중소형 기획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 연습생은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데뷔하면 어느 정도의 성공이 보장되고, 반면 중소 기획사는 데뷔는 하지만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데뷔 비용은 유명 작곡, 작사가에게 곡을 받아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린 뒤 공식 데뷔 무대까지 갖는 것을 말한다.

유명 프로듀서는 곡당 1000만~2000만원을 받는다. 유명 작사가도 곡당 300만~50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의상비, 코디메이크업 비용을 고려하면 음반 제작에만 약 5000만~6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또 뮤직비디오 촬영에 3000만~5000만원을 사용한다.

가장 많은 비용은 데뷔 전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송에 사용된다. 과거에는 음반 프로 데뷔 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지만,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연습생을 알린다. 연습생들의 일상을 중계해 자연스럽게 팬덤이 생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제작비는 회당 1억원 수준이다. 작가 3~4명을 붙여 멤버별 캐릭터를 만들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고민해야 한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 제작비가 높은 편이다. 또 방송사인 M.net도 주요 시간대 방송을 해주는 대신 회당 1500만~2000만원을 받는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꿈에 베팅? 빚만 쌓이는 '아이돌고시'
◇꿈은 좇았지만, 데뷔 2~3년차까지 정산 어려워 '점입가경'=치솟는 연습생 비용과 데뷔 비용은 아이돌 가수들에게 그대로 전가된다. 비용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정산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더라도 손에 돈을 쥐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인기 걸그룹 AOA도 2012년 데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정산을 받았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 같은 구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데뷔한 아이돌 가수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준다는 주장과, 수년간 투자한 만큼 기획사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데뷔한 뒤 인기를 얻지 못하면 투자 리스크를 모두 기획사가 진다는 점에서 한쪽의 편을 들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정산 구조에 대해서도 기획사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면 정산을 시작하는 기획사부터 행사 출연료의 40%를 멤버들에게 나눠주는 '인심좋은' 기획사들도 있다.

대형 기획사 한 관계자는 "3~4년 차 때 손익분기점을 넘긴 뒤 평균 계약기간인 7년이 됐을 때 상당한 비용을 주고 재계약을 해야 한다"며 "다른 가수들에도 재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획사 입장에서 남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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