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광고문구. 아파트를 사면 30% 할인분양에 자동차와 50돈짜리 황금 열쇠를 공짜로 줬다.
당시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분양업체들이 대규모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내세운 전략이었다. 여기에 분양가의 30~40% 할인분양과 함께 2~3년간 직접 살아본 후 구매를 결정하는 '애프터리빙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도시개발구역 '킨텍스 원시티' 주상복합단지 공사현장. / 사진=송학주 기자
킨텍스 원시티 분양관계자는 "GTX 킨텍스역, 한류월드 등 높은 미래 가치에다 일산신도시 구도심에선 새 아파트가 들어서기 힘든 구조라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청약이 끝났는데도 모델하우스를 찾아오는 고객들이 꾸준하다"고 귀띔했다.
◇'준공 25년' 일산신도시…고점 대비 '반값' 아파트 즐비
서울 도심에서 서북쪽 20km 지점에 위치한 일산신도시는 주택 공급을 통한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투기 열풍 해소 등 수도권의 기능 분담을 목적으로 건설된 수도권의 1기 신도시(분당·산본·일산·중동·평촌)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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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의 기능을 갖춘 수도권 서부의 중심도시로 1992년 12월에 준공됐으니 어느덧 25년의 시간이 지났다. 아파트 역시 노후화돼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도 생겨났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베드타운'으로 각광받으며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올라 2006년 평균 매매가가 3.3㎡당 1373만원에 달했다. 이에 2007년 하반기 일산동구 식사지구, 일산서구 덕이지구 등 새롭게 생긴 택지지구에 공급한 단지들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400만원 후반대로 책정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촉발된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30~40%에 이르는 할인 분양과 시공사 도산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13년엔 일산신도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3.3㎡당 995만원까지 내려갔다.
◇개발호재 날개 달고 '훨훨'…"지역별 격차 심할 것"
이런 일산신도시가 봄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현재 일산신도시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1063만원으로, 2013년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이유는 GTX 착공 등 각종 개발 호재가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지난 20일 정부와 CJ그룹은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한류월드 부지에서 'K컬쳐밸리' 기공식을 가졌다. 사업비 1조4000억원, 경제효과만 5년간 8조7420억원 규모의 한류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신개념 복합테마파크로, 10여년간 답보상태에 있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엔 국토부가 고양시에 함께 장항동 일원에 약 145만㎡ 규모의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예술대학 유치와 함께 약 22만㎡에 이르는 자족시설용지엔 방송·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청년지식산업센터, 청년창업지원센터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고양시의 부족한 일자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일산호수공원 인근에 남해의 독일마을 등에서 착안한 타운하우스 형태의 재외동포타운도 조성돼 성공한 해외동포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함은 물론 고양시 전체에 이국적 풍경을 더할 방침이다.
고양시 주택시장 지도를 바꿀 교통망도 추진되고 있다. 서울 삼성역~일산 킨텍스를 오가는 GTX A 노선이 2022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으며 다음달 확정되는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용산~신사~삼송)이 검토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인근 'K 컬처밸리' 부지 모습. 사업비 1조4000억원 규모의 한류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신개념 복합테마파크로, 내년말 준공 예정이다. / 사진=송학주 기자
고양시의 마지막 공공주택지구인 향동·지축지구 개발도 본 궤도에 올랐다. 서울 상암DMC와 차로 5분 거리인 향동지구에서는 오는 5월 계룡건설이 아파트 969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또 지축지구도 내년 중순부터 민간 아파트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여러 개발 호재가 고양시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만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킨텍스 주변이나 서울과 가까운 고양 삼송·원흥지구 등이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일산신도시 가운데서도 서울 인접 지역이나 GTX, 신분당선 노선에 가까운 곳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도심 광화문과 상암DMC 등에 업무 기능이 강화된 것도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인접 단지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인근 한 건물 공사모습. 아직 개발이 안 된 땅이 넓게 펼쳐져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