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이번 기회에 털고 가자”… 삼성, “맞소송 검토”=화웨이는 25일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 11건을 침해했다는 것. 딩 지안싱 화웨이 지적재산권 부문장은 “화웨이는 다른 특허 보유기업들과 수년간 크로스 라이센스 협약을 체결해왔고 스마트폰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동종업체들끼리 협업과 혁신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도 화웨이의 R&D 투자를 존중하고 특허 침해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이번 특허 침해소송 관련 비밀유지협약(NDA)를 맺고 양사 간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맞소송도 배제하지는 않겠단 입장이다. 이날 안승호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쪽(화웨이)에서 소송을 걸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냐”며 “맞소송이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하지만 삼성전자를 겨냥한 특허 침해 소송엔 이보다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우선 기술력 자체로 삼성전자와 맞상대하는 기업 이미지를 부각해 고전해왔던 북미시장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글로벌 스마트폰 3위로 급성장했으나 북미시장에선 아직 열세다. 화웨이가 프리미엄 이미지의 삼성전자와 경쟁구도를 형성하면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단번에 벗어던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글로벌 IT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관계 없이 화웨이로선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는 싸움”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기술우위에 있는 삼성전자와의 크로스 라이센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통신기술에서의 우위를 지렛대 삼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핵심기술 사용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