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고 씽씽, 벤츠E클래스…비행기 조종보다 쉬운 운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6.05.28 06:45
글자크기

"자율주행 60~70% 구현" 신형 E클래스 시승 체험...60초간 '완전 자율주행', 전진 T주차도 '스스로'

신형 E클래스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고 '드라이빙 파일럿' 자율주행 모드를 작동하고 있는 모습.신형 E클래스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고 '드라이빙 파일럿' 자율주행 모드를 작동하고 있는 모습.


스티어링휠 왼쪽에 달린 작은 바를 조작해 원하는 주행 속도에 맞추고 오른발과 양손을 차에서 완전히 뗐다. 자동차가 스스로 모든 걸 통제하기 시작한다. 미리 설정한 차간 거리를 유지한 채 앞차를 따라간다. 전방 차량이 정지하면 스스로 섰다가 앞차가 출발하면 다시 움직인다. 60초 동안은 손을 떼고 있어도 차선 이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동 핸들링으로 차선을 유지하고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도 앞차의 궤적을 그대로 좇는다.

주차장에 다다르자 속도를 35km/h 이하로 낮춘 후 파킹 버튼을 눌렀다. 12.3인치 커맨드(Command) 디스플레이에 주차가 가능한 공간 4곳이 표시된다. 전진 T주차가 가능한 곳을 터치한 후 양손과 발을 뗐다. 차량이 스스로를 제어하며 양 옆에 주차된 차량 사이의 빈 공간으로 정확히 몸을 밀어넣는다. 출차를 위해 역순으로 조작했더니 스스로 다시 몸을 빼냈다.



지난 24일 인천 영종도 왕산마리나 인근 도로에서 직접 경험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클래스(신형 E클래스 E300 4매틱)'의 자율주행 기술 일부다. 먼 얘기 같았던 '자율주행(Automatic Driving)' 시대가 어느덧 일상으로 성큼 다가왔다. 국내에서도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수입 브랜드들이 자율주행 신기술을 탑재한 신차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공지능 '구글카·알파고카' 시대 성큼= '구글카'로 상징되는 자율주행차는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Connectivity)' 기술력이 완성차와 IT(정보통신) 기업의 생존 키워드란 얘기는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3~4년 후인 2020년을 전후해 자율주행 기술의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는 자율주행차의 연간 판매량이 2025년 23만대에서 2035년 1180대까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합하면 2035년 420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전세계 도로 곳곳을 누빌 전망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통상 자율화 수준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차량 간 자동 거리확보나 차선유지 지원시스템 등의 개별기술로 이미 상용화됐다. 2단계는 자율주행 기술의 통합기능이 결합해 고속도로에서 차량과 차선을 인식하고 자동 조향도 가능한 수준이다. 3단계는 운전자 조작없이 교통흐름과 신호를 스스로 인식하는 부분 자율주행 단계다. 4단계는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완전 자율로 주행하는 통합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현재 구현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은 3단계 초기 수준까지 와 있는 상태다. 완성차와 IT기업들은 2020년이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2030년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형 E클래스 자율주행 기술의 일부인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기능 시연 장면.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지하지 못 해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충분히 밟지 못하면 급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막아준다./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신형 E클래스 자율주행 기술의 일부인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기능 시연 장면.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지하지 못 해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충분히 밟지 못하면 급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돌을 막아준다./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벤츠 E클래스 '완전 자율주행' 60~70% 근접= "신형 E클래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스마트하고 인텔리전트(지능적인)한 차다". 드미트리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의 말이다. 독일 본사의 마틴 휠더 대형차 제품총괄(부사장)은 "신형 E클래스는 기술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의 60~70% 수준에 도달한 차"라며 "수 년 안에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자율주행으로 150km까지 달릴 수 있다"며 "한국에선 규제기준이 달라 일부 자율주행 기술을 들여오지 못했다"고 했다.

신형 E클래스는 자율주행에 가장 근접한 운전자 보조시스템인 '드라이빙 파일럿'을 처음으로 적용한 양산차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트 컨트롤(ASCC)과 유사하지만 운전자의 핸들링 없이도 국내에서 60초(국내 기준)까지 자율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진일보했다. 시속 210km까지 앞차를 따라갈 수 있고 도로의 속도 제한에 맞춰 스스로 움직임을 제어한다.

차량 사고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자율주행 기술도 대거 탑재했다. 차량이 보행자와 충돌하기 직전 급브레이크가 스스로 작동해 사고를 막아준다. 다목적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더센서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이다. 운전자가 위험물체를 피하려고 운전대를 꺾으면 스티어링휠이 더 빨리 돌아가 추돌을 피할 수 있는 '조향 회피 어시스트' 기능도 갖고 있다. 다른 차가 측면을 들이받는 사고가 나면 운전자의 몸을 중앙으로 이동시켜 충격을 최소화하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기능도 유용하다.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인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앞유리에 장착된 카메라가 전방의 차선을 인식하고 핸들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기술./사진제공=현대차 블로그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인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앞유리에 장착된 카메라가 전방의 차선을 인식하고 핸들을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기술./사진제공=현대차 블로그
◇'제네시스 G80' 출격…국내서도 '자율주행' 대전= E클래스의 국내 출시(6월말)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고급브랜드인 제네시스는 다음달 2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하는 '2016 부산모터쇼'에서 첨단 주행지원 기술(ADAS)을 탑재한 'G80' 모델을 선보인다.

국산차 최초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EQ900'의 차간거리제어기능(ASCC), 차선유지기능(LKAS), 내비게이션 정보가 융합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 대부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ADAS 기술은 자율주행의 초기 3단계 수준으로 평가된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의 조작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간은 약 15~20초 정도로 E클래스보다 짧지만 기본적인 얼개는 같다. 현대차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2020년까지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고 2030년 완전 자율주행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도 반자율주행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이 있는 신차들을 국내에 잇따라 출시한다. 시속 130km 이내에서 차선을 유지하며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다음달부터 판매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과 올 하반기 선보이는 대형 세단 'S90'에 이 기술이 적용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