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어디가 버틸까? 현금흐름·자산재평가로 본 생존력 비교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6.05.2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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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오른 토지가격으로 자본 확충… 지난 10년간 현금흐름에서 빅3 우열 가려져

누가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정부와 채권단의 조선업 구조조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120,200원 0.00%),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27,400원 ▼800 -2.84%) 등 조선 빅3 중 누가 이 위기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 기업들은 보유 토지의 자산재평가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등에 힘을 쏟고 있지만, 근본적인 펀더멘털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일부 기업은 이같은 외형 다듬기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는 2000년부터 올 1분기까지 17년간의 자산재평가 과정과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의 기업의 현금흐름을 통해 과연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삼성중공업 (8,620원 ▼80 -0.92%)은 올해의 수주절벽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년엔 2조 4000억원 정도의 자금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과거 10년간의 경험과 최근 수주상황으로 볼 때 채권단의 지원이 없으면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토지가격이 급등한 2009년은 자산재평가 시점. 2015년 대우조선해양, 2016년 1분기 삼성중공업의 토지가격 상승도 자산재평가의 결과임.  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토지가격이 급등한 2009년은 자산재평가 시점. 2015년 대우조선해양, 2016년 1분기 삼성중공업의 토지가격 상승도 자산재평가의 결과임.


◇거제지역 토지가치 300% 상승, 자산 재평가 통해 반영=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지난 10월과 올 1분기에 각사가 보유한 거제 지역 공장 부지를 비롯한 유형자산의 재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 당시 재평가 이후 두번째이며, 삼성중공업은 2009년 당시에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다가 올해 들어 토지의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2000년 당시 각각 1조 1763억원(현대중공업)과 5090억원(대우조선해양), 4486억원(삼성중공업)이던 토지의 가치는 2009년 IFRS 도입과 함께 자산재평가를 통해 각각 2조 8714억원과 1조 5166억원으로 올랐다.

기존 가치와의 차이에서 오는 차익 1조원 이상은 각각 기타포괄손익에 포함돼 고스란히 자본금에 편입됐다. 그 당시 삼성중공업은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고 역사적 원가주의에 따라 매입시 원가로 자산을 평가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 각각 유형자산의 평가기준을 원가모델에서 재평가모델(공정가치, 시장가격 기준)로 변경하고 다시 자산재평가에 나섰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1조 5830억원이던 토지가격을 2조 1426억원으로, 삼성중공업은 8250억원이던 1조 9380억원으로 평가해 자본에 편입시켰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자본잠식의 위기에서 탈피했다. 유형자산 중 토지가치가 2000년에 비해 2015년에 대우조선해양은 312.6%, 삼성중공업은 332% 늘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울산 공장 부지 등의 자산재평가를 2009년 이후 하지 않아 현재까지의 토지 가치 상승분은 150% 내외다. 따라서 향후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자산재평가'라는 카드를 하나 더 쥐고 있어 타 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진 상태다.

한 회계 전문가는 "토지의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현금유입 없는 일시적인 방편으로 조선업황이 부진해 거제지역의 땅값이 다시 내려가면 자본으로 편입됐던 기타포괄손익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투자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일 경우 투자를 많이 해서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의미이며, 플러스일 경우 투자 자산을 매각해 현금이 유입됐다는 의미임.주: 투자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일 경우 투자를 많이 해서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의미이며, 플러스일 경우 투자 자산을 매각해 현금이 유입됐다는 의미임.
◇지난 10년 현금흐름보니, 누가 견딜 수 있는지 보인다=수주 절벽으로 조선 3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다시 올 수주의 봄날을 기다릴 수 있는 체력을 누가 갖췄는지는 지난 10년간의 영업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통 선박 한척을 짓는데 3년 내외가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3번의 수주와 납품의 사이클이 지나가는 10년 정도를 보면 '계산'이 나온다는 것.

2006년에서 2015년까지 지난 10년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보면 현대중공업이 7조 2595억원, 삼성중공업이 2조 2549억원인데 반해, 대우조선해양은 마이너스(-) 2조 4209억원이다.

호황과 불황의 부침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매년 7260억원과 2255억원의 현금이 유입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년간 매년 통장에서 2421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내년이면 헤비테일(납품시 대금 대부분을 받는) 방식으로 수주한 해양플랜트의 납품이 몰려 현금흐름면에서 2조 4000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미래에 대한 투자인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현대중공업이 매년 -1조 1448억원('마이너스'는 투자를 했다는 의미, 플러스는 자산매각의 의미), 삼성중공업이 -4255억원인데 비해, 대우조선해양은 -3753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뒤진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봐도 지난 10년간 삼성중공업은 매년 2828억원, 현대중공업은 5077억원인데 비해, 대우조선해양은 이보다 많은 6820억원을 매년 끌어다 썼다.

재무 전문가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영업을 해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외부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을 조달해 투자는 더 하고 있는데 비해 대우조선해양은 들어오는 돈 없이 투자는 3사 중 가장 적었고, 갚아야 할 빚을 메우기 위한 외부 조달은 더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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