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계 최대 화주들 "韓 선사에 맡길 수 있나" 우려 표명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6.05.2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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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운송계약 국내 벌크선사까지 영향 우려...한진·현대 '법정관리' 가능성, 중견선사 '불똥'

글로벌 철광석 메이저업체 등 벌크선 및 정기선 해외 대형 화주들이 국내 선사들에 한국 해운구조조정과 관련한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양대 국적 선사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으로 한국 해운업 전반의 리스크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튼실한 국내 중견 선사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브라질 발레와 영국·호주 합작사 리오틴토, 호주 BHP빌리턴 등 글로벌 철광석 메이저업체들은 최근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 벌크선사들에 한국 해운업 구조조정이 장기운송계약 등 거래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형 화주들이 한국 해운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현재 거래중인 선사도 구조조정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건실한 국적 선사들이 '도매금'으로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 대형 화주들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해운업은 계약 상대방의 상호 신뢰에 기반한 네트워크 비즈니스인데 구조조정의 불똥이 엉뚱하게 튀어 국적 선사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단독]세계 최대 화주들 "韓 선사에 맡길 수 있나" 우려 표명


발레와 리오틴토, BHP빌리턴은 세계 3대 철광석 메이저다. 해운사 입장에선 대규모 화물 운송 일감을 주는 세계 최대 화주들이기도 하다. 국내 벌크선사 중에선 팬오션과 폴라리스쉬핑 등이 발레와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 3월 발레와 향후 20년 동안 3200만톤 규모의 철광석을 운반하는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올 하반기부터 발레의 생산 물량을 중국으로 실어나르는 계약이다. 거래 규모가 3억5900만달러(4152억여원)에 달한다. 폴라리스쉬핑의 경우 2012년 발레와 12년간 40억 달러의 장기용선계약(CVC)을 체결했다. 현재 21척의 선박이 발레와의 장기계약에 투입되고 있다.

해외 대형 화주들은 거래관계에 있는 국내 벌크선사들이 한국 해운산업 재편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적인 중견 선사인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해운업 침체와 고가의 용선비 구조를 감당하지 못 하고 각각 2011년과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전례가 있다.


대한해운과 팬오션은 그러나 기업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각각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하림그룹(팬오션)에 인수됐다. 최대주주가 바뀐 후 장기운송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춰 확실한 턴어라운드에도 성공했다. 지금은 꾸준히 이익을 내는 건실한 해운사로 변모했다. 팬오션은 지난해 229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폴라리스쉬핑과 대한해운도 각각 1169억원, 860억원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기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사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한국 해운사들이 해외 금융시장에서 선박금융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며 "건실하고 멀쩡한 국적 선사가 피해를 보지 않고 한국 해운업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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