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산업은행 등에 8000억 배당한 대우조선해양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6.05.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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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12년간 총 배당액 8000억...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 6000여억원

2000년 대우중공업으로부터 회사분할을 통해 설립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16년 동안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마이너스인데 산업은행 등 주주들에게는 8000억원 가량을 배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지 못한 자금은 외부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했다.

4일 머니투데이가 2000~2015년까지 16년간 대우조선해양의 개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주주배당을 실시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998억여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1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각 해의 지분율(31.3%~49.7%)에 따라 총 2557억원을, 자산관리공사(이후 금융위로 주주변경)는 총 1437억원을 받았다. 약 8000억원의 배당금 중 이들이 4000억원 가량을 받았다.

자료출처: 대우조선해양 개별 사업보고서. 자료출처: 대우조선해양 개별 사업보고서.


대우조선해양의 16년 동안 영업이익 총합계는 7073억원이었으며, 배당을 실시한 2004년 이후 12년간 영업이익 총합계는 -3267억원이었다. 대우중공업과의 분할 직후 5년 정도만 영업상태가 좋았고 그 이후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2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실제 현금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미실현 이익을 장부상으로만 기재하는 것이어서 실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중요하다. 배당금은 실제 현금으로 바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실제 기업의 통장에 현금으로 들어오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은 16년간 -644억원이었다. 지난 16년간 영업을 하면서 현금 통장 잔고가 644억원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배당을 실시한 2004년부터 계산하면 더 심각하다. 2004~2015년까지 순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조 6120억원이었다.

수주업의 특성상 배 한 척을 만드는데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네번의 사이클이 지나는 12년 동안 한 푼도 못 벌고, 까먹었다는 얘기다.

자료: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 비교. <br>
주: 영업활동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2008년 이후에도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플러스로 나타나다가 2013년부터 갑자기 꺾이기 시작하는 현상이 보인다.자료: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 비교.
주: 영업활동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인 2008년 이후에도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플러스로 나타나다가 2013년부터 갑자기 꺾이기 시작하는 현상이 보인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을 벌어서 법인세도 내고, 이자도 지급해야 하는데 번 게 없다는 뜻이다.

유동성 문제가 생기자 대우조선해양은 7조원 이상의 자금을 재무활동을 통해 끌어들였다. 최근 10년간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 기준)은 7조 4911억원이다.

산업은행 등 대주주들은 미실현 장부상 이익인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8000억원에 가까운 배당을 받아갔다는데, 그 돈은 결국 장사를 해서 번 돈이 아니라, 외부 자본조달을 해서 마련한 것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기업의 목적이 장사를 잘해서 이윤을 얻는 것이고, 주주는 자본을 투자해 은행 이자보다 더 좋은 배당 수익을 얻는 것인데 이익을 못 내는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배당을 한다는 것은 기업의 목적성이나 영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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