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경매낙찰…123,456,789원에 낙찰된 대구 토지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6.05.0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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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도' 도로가 10배 넘는 가격에 낙찰…알고보니 '0'의 실수

감정가(2980만6630원)의 4배가 넘는 1억2345만6789원에 낙찰돼 화제가 된 대구 수성구 수성동에 위치한 한 토지(58㎡). / 사진제공=대법원감정가(2980만6630원)의 4배가 넘는 1억2345만6789원에 낙찰돼 화제가 된 대구 수성구 수성동에 위치한 한 토지(58㎡). / 사진제공=대법원


# 지난달 20일 대구 수성구 수성동에 위치한 한 토지(58㎡)가 감정가(2980만6630원)의 4배가 넘는 1억2345만6789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지목은 대지이나 대부분 도로로 이용 중이며 일부는 주택지로 사용 중이었다.

다만 전체 토지(175㎡) 3분의 1만이 경매에 나온 지분경매였고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이 성립될 여지가 있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낙찰이었다. 게다가 낙찰가격은 1부터 9까지 아홉자리의 숫자를 순차적으로 기입한 것.



2위 응찰가가 7510만원이었으니 5000만원 가량 높게 가격을 써 낸 셈이다. 그렇다면 정말 낙찰받기 위해서 이 특이한 금액을 써 낸 것일까. 경매업계에선 일부러 입찰가격 기입란에 숫자 9개를 차례로 적어 낙찰받은 후 대금을 미납해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만일 이 분석이 맞다면 낙찰자는 입찰보증금(최저입찰가의 10%) 298만원을 날린 셈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경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매 응찰자가 크게 늘어났다. 감정가에 비해 낙찰가가 유난히 높은 물건들도 나오는가 하면 실수로 숫자 '0'를 하나 더 기입해 낙찰받은 억울한 사연들도 있다.



지난달 25일 전남 완도군 약산면에 소재한 대지 196㎡가 감정가(294만원)의 10배가 넘는 가격인 3000만원에 낙찰됐다. 완도의 '조약도'라는 섬에 위치한 도로로 사용 중인 땅이었다.

최근 완도군에서 시행하는 '약산 구성지구 밭기반정비사업'에 편입된 토지로서 감정가는 보상금액 등을 고려해 평가된 금액이었다. 결국 이 땅을 낙찰받는다 하더라도 곧바로 지자체에 편입되는 만큼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땅이었다.

결국 감정가보다 조금 높은 300만원을 입찰표에 기재하려다가 '0'이 하나 추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상 실수였더라도 입찰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다행히 감정가가 낮아 29만원만 손해를 보면 된다.


감정가(294만원)의 10배가 넘는 가격인 30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은 전남 완도군 약산면에 소재한 대지 모습. / 사진제공=대법원감정가(294만원)의 10배가 넘는 가격인 30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은 전남 완도군 약산면에 소재한 대지 모습. / 사진제공=대법원
경기 여주시 점동면에 위치한 청미천 제방 일부 토지(97㎡)가 지난달 27일 감정가(703만원)의 10배에 이르는 7000만원에 낙찰됐다. 대개 지목이 제방으로 기재돼 있는 경우 제방을 담보로 금융대출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소장가치가 없다.

물론 제방의 기능이 소멸되고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이라면 지목을 변경, 가치를 높일 수 있고 하천에 편입돼 특례보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물건은 제방의 기능이 남아 있어 지목을 변경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0'을 하나 더 기입한 실수였을까. 하지만 최저가가 703만원이었기 때문에 700만원을 쓰려다 실수를 했다고는 보이지 않다는 게 경매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7월 충북 보은군에 위치한 제방이 감정가보다 20배 높은 가격에 낙찰된 사례가 있다. 2위 응찰가보다도 약 3배 높은 8865만원에 낙찰받았는데 실수나 경매 지연이 아니었다. 낙찰된 가격으로 배당이 이뤄졌고 사건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물건은 소형 아파트였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소재한 전용 63㎡ 아파트 경매에 88명이 몰렸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등기부 상의 권리나 세입자가 없는 데다 한번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감정가(2억4100만원)의 80%인 1억9280만원까지 떨어졌다. 낙찰가는 2억6889만원으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이었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집을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눈이 갔을 아파트였다"며 "1회 유찰된 상태였지만 88명이 똑같은 서류를 열람하는 분위기가 이처럼 낙찰가를 끌어 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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