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나도 결혼하지 말까?"

머니투데이 이은정 기자 2016.05.0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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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비혼' 언급 급증… 고용 불안·경제적 부담 등 사회문제부터 풀어야

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e런 세상]"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나도 결혼하지 말까?"
"본인이 신념을 갖고 결혼을 안 하는 건 상관없지만, 기사를 보면서 비혼을 생각하게 만드는 건 문제 아닐까?"



친구와 최근 이슈였던 '비혼(非婚)'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날카로운 지적을 들었습니다. 언론이 트렌드인 양 부추기는 것 같다는 겁니다.

'비혼'은 단지 결혼을 안 한 '미혼'이 아니라, 결혼할 의지가 없는 것을 뜻합니다.



SNS에서 '비혼' 언급이 2011년~2014년 3000건 수준에서 지난해 1만3000여건으로 약 5배 이상 증가했다는 다음소프트의 분석 자료가 이슈의 출발이었습니다. 온라인에는 비혼이 급증했다는 기사가 쏟아졌고 포털 실시간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안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 중에는 경제적 부담 등으로 포기하는 '비자발적인 비혼'도 있을 겁니다. SNS에서 '현실적', '스트레스', '경제적' 등 부정적인 감성어의 언급도 함께 늘고 있다고 하니까요. 친구 말처럼 마음이 힘든 누군가는 최근 뉴스를 보며 유행처럼 비혼을 생각할 수도 있겠죠.

실제 온라인에선 비혼을 다룬 기사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이야기하는 누리꾼이 많았습니다. "나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결혼? 사치다", "세금 내는 노예는 나 혼자면 충분하다", "돈이 없어서 낭만적인 삶과 로맨스를 꾸리지 못할 것 같아 포기하는 거다"라는 반응입니다.


스스로의 생각과 신념에 의해 비혼을 택하는 것은 존중할 만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결혼을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것은 다릅니다.

한 누리꾼은 "부모가 가정을 돌보고 그 부모들을 국가가 돌봐줘야 하는데,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불안한 사회에서 어떻게 결혼을 생각하나"라며 근본적인 사회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욕구단계이론'에서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욕구, 안전의욕구, 애정의욕구, 존경의욕구, 자아실현의욕구 5개로 나눴습니다. 각 욕구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그 다음 상위 욕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높은 단계로 갈수록 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고요.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는 건 위 이론에서 세번째 단계인 애정의 욕구에 속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당장 먹고살 것을 걱정합니다. 심리, 경제적으로 안전해지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도 힘들어 더 큰 행복을 꿈꾸는 것이 버거워 보입니다.

[e런 세상]"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나도 결혼하지 말까?"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직장인 379명(남성 213명·여성 166명)을 조사한 결과 62%가 평일 연애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도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3시간'은 18%, '3∼4시간'은 10%, '5시간 이상'은 8%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응답자의 38%는 과도한 업무와 잦은 야근 등으로 바쁘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활동으로 '연애'를 꼽았습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활동이지만 일이 바빠서 시간 투자를 못한다는 겁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나를 만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투자하며 혼자 사는 게 낫다고도 하고요.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그 전에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워킹맘이 회사에서 눈치를 안보게 하는 등 안전한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내 삶에 여유가 생겨야 더 행복한 삶을 고민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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