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투병 2년…이재용 부회장, 승진은?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6.05.01 09:00
글자크기

만 2년째 와병 중 "영화 틀면 시선도 이동, 안정적 상태"…이대론 회장 승진 없을듯

만물에 생명력이 가득 차는 5월이 왔지만 삼성은 여전히 이 계절을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

2014년 5월 1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지 어느덧 만 2년이다.

1일 삼성에 따르면 현재 이 회장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루 13~14시간 정도는 눈을 뜨고 지내며 수면 등 기본적인 생체반응을 나타낸다.

의사소통은 불가능하지만 꾸준히 외부자극에 반응도 한다. 쓰러지기 전에 좋아하던 음악이나 영화, 영상을 틀면 눈을 깜빡이거나 시선을 이동하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이 회장이 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한 의과대학 흉부외과 교수는 "이 회장처럼 장기간 투병하는 경우는 집중 간호와 재활 치료로 건강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지만 의식 회복은 사람의 손을 떠난 일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이건희 삼성 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그룹 수뇌부와 임직원들은 안타까움 속에 이 회장의 회복을 기원해왔다. 이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조직을 총괄해온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요즘도 퇴근 무렵 매일 같이 병실을 찾아 병세를 살피고 주요 현안을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사업 일정으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시로 병원을 찾아 아버지를 보살피고 있다.

이 회장의 와병 2년은 길었다. 글로벌 경제는 유례없는 저성장과 저유가로 몸살을 앓았고 산업계 곳곳에서는 구조조정의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삼성은 한발 앞서 대대적인 지배구조와 사업 재편 작업을 벌였다. 2014년 6월 이 회장이 투병에 들어간 바로 다음 달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이를 삼성물산과 합병해 사실상 지주사를 탄생시켰다.

화학과 방산 계열사는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한화와 롯데그룹에 일괄 매각했다. 이어 전자와 금융이라는 두 축으로 그룹을 꾸려가기 위한 크고 작은 지분 정리 작업들이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총수 부재 중에 너무 긴박하게 변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그룹 재편의 큰 그림은 이미 이 회장이 일찍이 아들인 이 부회장과 함께 짜놓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각을 검토 중인 제일기획 (18,750원 ▲30 +0.16%)과 시장 상황에 따른 일부 사업조정 등을 제외하면 일련의 재편 작업도 거의 끝났다.

전열을 재정비한 만큼 미래 신사업에 주력하는 이 부회장의 행보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다만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유보적이다. 아버지가 병석에 있는데 회장 승진을 하는 것 자체가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동시에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승진은 회장 타이틀이 사업상 꼭 필요한 시점에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이뤄질 것"이라며 "어머니 홍라희 리움 관장의 의중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삼성 총수로서 물적 기반을 탄탄히 갖췄다. 앞서 5월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돼 그룹의 사회공헌과 문화부문을 관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 대표로서 국내 4대 금융그룹 회장들과 연이어 식사를 하며 인사도 나눴다. 전자와 함께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금융부문 대표로서의 리더십도 더 강화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환담을 나눴던 한 금융그룹 회장은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를 비롯해 금융 산업의 미래 먹거리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사옥의 삼성전자를 수원사업장으로 내려보낸 이 부회장은 올 하반기에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들을 서초로 모은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삼성의 총수로서 올해부터 금융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차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