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신감 많은 남자가 제일 싫더라" 주식실패자들 특징을 보니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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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38>주식투자를 실패로 만드는 나쁜 습성, ‘과신’(overconfidence)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난 얼굴 작은 남자가 제일 좋더라”...“남자는 자신감이지, 자신감. 파악~”

요즘 TV에 많이 나오는 한 피로회복 음료의 유머스런 광고 카피다. 이 TV광고는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남자가 그녀의 이상형인 ‘기타 잘 치는 남자’, ‘영어 잘 하는 남자’, '어깨 넓은 남자'가 되기 위해 재치있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런데 남자가 마지막에 혼자 중얼거린 것처럼 자신감은 예로부터 남자가 갖춰야할 필수 덕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신감과 용기 있는 남자가 예쁜 여자를 차지하고 사회에서 출세한다고 믿는다. 반대로 자신감이 없고 겁이 많은 남자는 ‘찌질이’로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주식투자의 세계에서는 자신감 많은 남자가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행동재무학 연구논문들은 남자의 지나친 자신감이 주식투자를 실패로 만드는 주범이라고 지목하며 필수 덕목이 아닌 버려야할 나쁜 습성 1호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재무학과 경제학 학술지에 발표된 두 편의 연구논문도 주식투자에서 지나친 자신감이 초래하는 폐단을 신랄하게 공격하고 있다.

이 연구논문은 주식실패자들의 ‘바닥에서 팔고(sell low) 천장에서 사는(buy high)’ 비정상적인 투자행위를 분석했다. 정상적이라면(=돈을 벌기 위해서는) ‘바닥에서 사고(buy low) 천장에서 팔아야(sell high)’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들 주식실패자들은 정반대의 투자를 하고 있었다.

미주리주립대학(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의 루이 야오(Rui Yao) 교수는 먼저 연방준비은행(FRB)이 3년 주기로 발표하는 소비자금융조사(Survey of Consumer Finance)에서 얻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4800가구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천장에서 자꾸 매수하는’ 투자자들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로 야오 교수는 이들 주식실패자들이 결코 주식 초보자나 멍청한 바보들이 아님을 발견했다.

오히려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이거나 아니면 주식투자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이 주로 ‘천장에서 매수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반복했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천장에서 매수하는’ 경향이 거의 두 배나 높았다.

특히 자신감이 많은 남성들이 심했다. 이들은 우연히 주식투자에 성공했음에도 자신의 출중한 능력 때문인 줄 착각하고 그 다음번 투자에서 ‘천장에서 겁 없이 매수하는’ 만용을 부리다 결국 큰 손실을 입게 된다고 연구논문은 밝히고 있다.

야오 교수는 특히 과신(overconfidence)이 병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과신이라는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자주 투자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라고 권고했다.

그 다음에 야오 교수는 또 다른 비정상적 행위인 ‘바닥에서 매도하는’ 투자자들을 분석해 봤다. 이번에는 다른 데이터(2008년 FPA-Ameriprise Financial Value of Financial Planning Research Study)를 이용했다.

증시가 하락할 때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언제 손절매를 해야 하는지 잘 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운 좋게 증시 폭락을 비껴나가기도 한다.(운 좋은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적절한 손절매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놓치기 일쑤이다.(사실 증시의 바닥과 천장을 정확히 말해 줄 수 사람은 없다.)

결국 주가가 하락한 뒤 주식을 매도하게 되면 손실을 최소로 줄이는 손절매가 아니라 오히려 큰 손실을 입고 그 뒤로는 회복이 어려워질 때가 많다. 따라서 운이 좋았든가 아니면 경험이 많아서 손절매를 제 때 했다면 모르되 주가가 폭락한 다음에 주식을 매도하는 건 비합리적인 행위가 된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크게 떨어진 다음에 뒤늦게 매도에 나선다. 야오 교수는 이런 사람들의 특징으로 다음 두 가지를 찾아냈다. 첫째는 위험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과 둘째는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친다는 것이었다.

위험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은 주가가 하락해 자신의 주식계좌에 미실현 손실이 나타나면 심경이 매우 불안해져 서둘러 주식을 매도해 버린다. 행동재무학은 불안감 때문에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는 주식투자를 실패하게 만드는 비합리적인 행위라고 말리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많은 사람은 ‘바닥에서 파는’ 걸 고민하지 않는다. 이들은 확실한 바닥과 반등시점을 안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또 설령 틀렸다 하더라도 원금 회복은 물론 이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야오 교수는 이런 지나친 자신감이 ‘바닥에서 매도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부추기고 있고 특히 자신감이 많은 남자들 사이에서 이런 행위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한다.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나친 자신감은 주식투자에서 비정상적인 투자행위를 부추기어 주식투자를 실패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따라서 주식투자에서 실패를 피하기 위해선 지나친 자신감은 반드시 버려야할 습성이 된다. 특히 남성들은 더욱 그렇다.

이 세상은 자신감 많은 남자가 늘 출세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만큼은 자신감 많은 남자가 기피대상이 된다고 하니, 모든 남자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진다.

위 TV광고 맨 마지막에 "난 자신감 많은 남자가 제일 싫더라"라고 말하면 남자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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