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하철서 화장 그만"…'파우더룸' 만든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6.03.28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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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8호선 도시철도공사, 내달 여의도역에 무료 이용 '여성 파우더룸' 첫 조성…시범운영 후 최대 15개 지하철역 확대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가 내달 여의도역에 설치 예정인 여성 파우더룸 조감도. 역사 내 별도 공간에 파우더룸이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가 내달 여의도역에 설치 예정인 여성 파우더룸 조감도. 역사 내 별도 공간에 파우더룸이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서울도시철도공사


#. 서울 여의도 증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지각해서 부랴부랴 출근하는 날에는 전동차나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화장을 한다. 고객을 상대하는 업무 특성상 깔끔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출근 전 화장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전동차에선 간혹 옆자리 승객이 불쾌감을 보여 마음이 불편하고, 화장실은 세면대서 손을 씻는 사람들 때문에 급하게 해야 한다"며 "출근길에 들를 수 있는 파우더룸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근길이나 이동 중 급하게 화장을 하거나 고치는 서울 여성시민들을 위해 지하철 역사 내 빈 공간에 '파우더룸'이 생긴다. 화장실에서 화장하는 여성들을 파우더룸에 오도록 해 혼잡도를 줄이고, 무료로 편하게 화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화장실이 아닌 지하철역 별도 공간에 '파우더룸'이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최판술 국민의당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공사는 이 같은 취지로 다음달 초 직장이 밀집된 서울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에 '여성 파우더룸'을 설치해 운영을 시작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여성들이 머리를 손질하고 화장을 고칠 수 있도록 여의도역 내 시범적으로 파우더룸을 설치한다"며 "다음달 초까지 완공해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면 향후 10~15개 지하철역에 추가로 파우더룸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가 내달 여의도역에 설치 예정인 여성 파우더룸 조감도. 역사 내 별도 공간에 파우더룸이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가 내달 여의도역에 설치 예정인 여성 파우더룸 조감도. 역사 내 별도 공간에 파우더룸이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서울도시철도공사
공사가 지하철역 내에 파우더룸을 설치키로 한 것은 전동차나 화장실 내에서 화장하는 여성들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장시간 화장할 경우 정작 손을 씻으려는 시민들이 오래 기다려야 하고, 전동차에선 화장품 냄새 등으로 다른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



여의도역에 시범 설치되는 파우더룸은 지하 1층 39㎡(12평) 가량 유휴공간에 조성돼 한 번에 약 3~4명씩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파우더룸 안에는 큰 거울과 손거울, 빗, 고데기 등을 쓸 수 있는 콘센트, 화장품 샘플 등 화장 관련 소품들을 비치할 예정이다.

화장할 공간이 없어 불편하던 여성 시민들은 파우더룸 설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직장인 최모씨(30)는 "사람이 많은 지하철역에 가면 세면대 앞은 그야말로 여자들의 전쟁"이라며 "눈 화장을 할 때는 세면대 거울이 멀어 이상하게 될 때도 많았는데 파우더룸이 생긴다니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23)는 "화장실에서 화장하면 냄새도 나고, 청결하지 못해 찝찝하다. 화장품을 놓을 공간도 없었는데 파우더룸이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여의도역 파우더룸 시범 운영 후 호응도에 따라 파우더룸과 화장품샵을 결합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미용용품을 판매하고, 머리나 미용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일본 신주쿠에는 파우더룸에 네일케어와 헤어스타일링, 커피 등을 결합한 모델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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