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륙, '커제-알파고' 후속 대결 초읽기(?)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6.03.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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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中 커제, 대국 결과 따라 발언도 화제…中서 철수한 구글, 대륙에서 대국 추진할지 초미 관심사

中 대륙, '커제-알파고' 후속 대결 초읽기(?)


이세돌 대 알파고 간 '세기의 대결'이 중국에서도 연일 큰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이세돌 9단이 지난 13일 회심의 1승을 거두자 중국 최대 관영매체인 CCTV는 정규 방송을 중단한 채 이세돌 승리를 속보로 내보냈을 정도다. 신랑이나 왕이 같은 유력 포털사이트들도 일찌감치 이세돌-알파고 대국의 생중계 페이지를 가동했다.

14일 중국 신경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이 이번 대국에 이처럼 큰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축에는 중국 바둑 1위이자 세계랭킹 1위인 19살 커제의 존재도 한 몫 했다. 커제는 이번 대국이 시작된 지난 9일부터 자신의 웨이보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알파고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잇단 돌출 발언으로 화제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커제가 대국 결과에 따라 지나치게 자주 발언을 뒤바꾸는 등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커제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세계랭킹 1위로 이세돌 다음의 알파고 상대 1순위로 꼽히는데다 중국에서 구글이 철수한 특수성까지 가세하고 있어서다.



◇대국 결과에 따라 '말 바꾸기', 이세돌 이기자 "내 승률은 60~70%"

커제는 이미 이번 대국 직전에 이세돌 9단이 5전 전승으로 무난히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지난 9일 1차 대국에서 이세돌이 의외로 패하자 서서히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당시 자신의 웨이보에 "알파고가 이세돌은 이겨도 자신은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바둑 세계 챔피언을 3차례나 했고, 이같은 성적은 자신의 나이로 볼 때 전례가 없다고 했다. 커제가 알파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도 바로 이날이었다. 커제는 언론을 통해 "앞으로 알파고와 대국 하기를 원하며 이 대국에서 내가 이길 확률은 60%"라고 했다.



지난 10일 이세돌이 제2국에서도 패하자 커제의 심경 변화는 더 커졌다. 급기야 지난 12일 이세돌이 3연패를 당하자 커제는 알파고를 '무적'이라고 치켜 세웠다. 그는 당시 저장성 저장인민방송(CZTV)과의 인터뷰에서 "이전까지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3차 대국을 지켜본 알파고는 '무적'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웨이보에도 "알파고는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상대 중 가장 센 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CCTV와의 인터뷰에서는 "이세돌의 5전 전승이 아니라 알파고의 5전 전승으로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중국 내에서 알파고 실력을 도저히 인간이 이길 수 없다는 관전평이 잇따르자 커제는 꼬리를 더 내렸다. 신경보는 지난 13일 "커제가 '프로 바둑기사 1명은 절대 알파고를 이길 수 없고, 최고의 바둑기사 3명이 역할을 분담해 알파고와 대결하는 것이 합리적 조건'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커제는 당분간 '사람 대 사람'의 바둑 대국에 주력하고 이후 알파고와의 대결에 다시 관심을 갖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커제는 알파고에 대한 두려움을 유별난 자신감으로 우회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12일 밤 웨이보에 "나 커제는 바둑에서 안 겪어본 폭풍과 파도가 없다. 폭풍이 올 것이라면 더 세게 와봐라. (내가) 센 척 좀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적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커제는 또 다시 발언의 기조를 바꿨다. 이세돌이 1승을 거둔 직후다. 14일 신경보는 "커제가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률과 나와 이세돌의 승률로 계산해볼때, 나의 알파고에 대한 승률은 60~70%'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커제는 "알파고는 절대 무적이 아니고 약점과 돌파구가 있다"고도 했다. 커제는 "알파고와 대결하면 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내가 잘난 척을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커제가 충동적으로 이세돌-알파고 대국과 자신을 연결 짓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커제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데 알파고와 대국 의사를 일방적으로 밝힌 것이나 자신의 승률을 거론한 것은 지나치게 즉흥적 발언"이라며 "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커제, 19세 나이에도 '흥행 포석' 할 줄 알아

이렇게 커제의 잦은 발언과 말 뒤집기는 알파고와 자신의 대결을 염두에 둔 흥행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커제는 이전 주요 바둑대회에서도 상대방을 향한 돌출 발언으로 기선 제압을 노린 적이 있다.

커제는 지난해 12월 말 중국 장쑤성에서 열린 몽백합배 결승전에서 이세돌 9단과의 일전을 앞두고 "이세돌 신화는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됐다"고 했다. 커제의 발언은 당시 결승전을 세기의 대결로 등극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주목하게 했다.

당시 커제는 결승전을 승리로 이끈 뒤 "이세돌 신화가 막을 내린다고 한 것이나 그의 승률이 5%라고 발언한 것은 모두 작심하고 던진 말"이라며 "상대방 심리를 자극하는 동시에 결승전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커제가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흥행을 높이는 방법을 잘 안다고 평가했다.

◇중국서 철수한 구글, 대륙에서 커제-알파고 대국 가능할까

이미 커제와 알파고의 후속 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들린다. 지난 12일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커제가 알파고에게 낸 도전을 받아들일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알파고 사업의 모든 결정권은 이를 개발한 딥마인드 측에게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딥마인드 개발에 직접 참여한 연구원인 라이아 해드셀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이세돌 9단에게 이겼기 때문에) 알파고가 현재 정식으로 세계 랭킹 4위에 올랐다. 현재 알파고의 점수는 3533점이다"라고 소개하며 마지막에 "커제, 대결을 위한 준비는 잘하고 있냐?"라고 덧붙였다. 딥마인드 연구개발에 직접 참여한 관계자의 이 같은 공개 발언은 커제와 알파고의 제2라운드 대결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또 다른 결정권자인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커제와의 대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구글은 2012년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이유로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현재 중국에서는 구글 인터넷은 쓸 수 없다. 중국 공신부 먀오웨이 부장은 지난 13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공신부 기자회견에서 "구글의 중국 시장 재진입에 대해 구글과 소통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중국 대륙에서 구글 딥마인드와 커제의 대결이 가능할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세돌-알파고의 대결이 중국에서도 워낙 뜨거운 관심을 몰고 있어 의외로 대결 성사가 쉬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적으로 지난 13일 중국 관영 CCTV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로 이세돌 승리를 다뤘다. 중국의 인터넷 종사자들이나 젊은 층 사이에서도 구글이 다시 중국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만만치 않다. 중국 스마트폰 게임 선두주자인 왕이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 내 안드로이드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왕이는 구글플레이가 중국으로 귀환하는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제3국 대결도 가능, 스포츠로서 바둑 인정해야

따라서 구글이 중국 시장 재진입을 위한 '탐색용'으로 커제와 알파고의 대결 카드를 쓸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실정을 따라주기 바라는 것은 구글 인터넷이지 인공지능이 주기능인 구글 딥마인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륙이 아닌 영국 등 제3국가에서 커제와 알파고 간 대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커제와 알파고의 대결은 구글의 중국 시장 재진입 같은 복잡한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다"며 "그러나 바둑이 하나의 스포츠로서 이 같은 이해 관계와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한다면 대국이 성사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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