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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마인드가 깨부순 바둑 '패러다임'…인간의 믿음 2가지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6.03.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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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알파고] 행마 무시해도 결과만 좋으면 'OK', 기계의 '계산'은 인간의 '감'보다 강하다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팀/사진=이기범 기자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팀/사진=이기범 기자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이 믿어왔던 2가지를 깨부쉈다. 바둑의 기본으로 여겨왔던 '행마'를 무시하고도 바둑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AI의 '계산'은 인간의 '감'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3차전까지 진행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는 3연속 불계승을 거뒀다. 인류 최강으로 불리는 이 9단이 단 한번도 계가(어느쪽이 이겼은지 집계산을 하는 것)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돌을 던졌다는 점에서 바둑계 뿐 아니라 과학계도 충격에 빠졌다.

바둑계에서는 알파고가 바둑의 패러다임을 완벽히 바꿨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차전 영어 해설자이자 서양 기사로서는 유일하게 입신(프로9단)의 경지에 오른 마이클 레드먼드 9단은 "바둑은 새로운 이론을 발견해가면서 지금까지 발전돼 왔다"며 "알파고로 인해 새로운 바둑 이론이 나올 수 있고, 이를 통해 바둑의 3차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는 바둑의 기본기로 여겨지는 '행마'를 무시한 수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행마란 바둑판에 놓인 돌과 어우러지도록 다음 수를 놓는 것이다. 행마에는 '어울림'이 있다. 기존의 돌과 다음 돌이 '어색한' 형태가 나온다면 바둑에서는 '좋지 않은 수'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알파고는 철저히 계산을 통한 유리한 수로만 바둑판을 채웠다. 그 과정에서 행마를 무시한 수를 뒀을 때 바둑 전문가들은 "실수를 했다"고 말했지만, 막상 면밀한 계산을 해보면 실수가 아니었다. 1차전에서도 "이세돌이 역전했다"고 평가가 나온 순간, 여전히 알파고가 앞서고 있었고 2차전에서도 "듣도보도 못한 수"라고 평가받은 수가 차후에 '도움이 되는 수'로 작용했다.

3차전에서 사이버오로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승부로만 본다면 이번 시리즈는 이 9단이 패했지만, 이번 대결로 모든 프로기사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며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다 보면 바둑쪽으로 엄청난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바둑 속에 존재하는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가 인감의 '감'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도 깨졌다. 알파고는 3차례 대국이 벌어지는 동안 2시간의 제한시간을 한 번도 넘기지 않았다. 특히 3국에서는 이 9단이 초읽기에 몰린 가운데 하변에서 어려운 전투가 벌어졌다.

1분 내에 착수해야 하는 이 9단으로서는 정확한 수읽기 보다는 그동안 바둑을 둬왔던 감으로만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바둑에서는 때로 계산이 어려운 대국에서 '감'으로 둔 수가 '신의 한수'로 평가받기도 한다. 인간의 '감'과 기계의 계산이 외나무다리에서 맞붙은 것. 결과적으로 '계산'은 '감'보다 우월했다. 이 9단은 몇 차례 실수를 범했고, 알파고는 평소보다 시간을 좀 더 쓰면서 정확한 계산을 해냈다.


경우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패싸움'이 알파고의 약점일 것이라는 예측도 깨졌다. 알파고는 막판 이 9단의 패싸움 대결에서도 완벽하게 대국을 이끌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장 해설을 맡았던 이현욱 8단은 "알파고는 패를 두려워한다는 예상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아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이 9단은 인간이다 보니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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