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이젠 오른다"…베팅 나선 헤지펀드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6.03.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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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상승 베팅, 2011년 이후 최대…"유가 30~40달러에서 안정될 것"

국제유가가 이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헤지펀드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부문 자산이 최악의 지점을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상승에 베팅하거나 에너지업체들의 주식 및 채권 매입에 나서는 헤지펀드들이 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CE그룹의 트레이더 매매계약 보고서에 따르면 북해산브렌트유 상승에 베팅한 헤지펀드 및 투자자들은 지난주 12.4% 증가해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오른다는 판단이다. JP모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헤지펀드들의 석유업체 주식 매입 규모는 주간으로 77% 늘어 분야별 최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재작년 6월 고점 이후 현재까지 약 70% 가까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원유 공급과잉이 단기간에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부터 미국에 이르기까지 증산에 나서면서 석유시장 곱급과잉은 2년 가량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유가는 최근 들어 반등세를 나타냈다. 주요 석유수출국들이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유가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점도 향후 상승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전까지 유가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 PVE캐피탈의 젠나로 푸치 창립자는 "2주 전에 강세로 (베팅을) 전환했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40달러 사이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셰일가스 생산업체 컨티넨탈리소시스와 천연가스 수송관업체 킨더모간의 자산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앙듀랑캐피탈매니지먼트의 피에르 앙듀랑 창립자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고수준 안정화로 국제유가가 올해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앙듀랑은 재작년말 유가 폭락을 정확하게 예견하며 큰수익을 거둔 바 있다.


다만 WSJ는 아직까지 에너지분야 베팅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2014년 유가 하락이 시작되자 헤지펀드들은 타격을 입은 석유 및 가스업체들에 수식업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너무 일찍 투자한 바람에 오히려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브리게이드캐피탈, 킹스트리트캐피탈 등이 대표적이다. 헤지펀드들은 작년말 석유업체들의 주식도 대거 매입했다. 저유가로 인한 비용 축소 및 사업 분사로 이들의 주가가 하락을 멈출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 또한 너무 빨리 진입해 수익을 내지 못했다.

스카이브리지캐피탈의 로버트 듀간 파트너는 "아직 투자자들은 단기적 유가 상황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본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 수준에서는 유가가 갑자기 오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하락에 베팅하기도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WSJ가 지난주 13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해산브렌트유의 올해 평균가격은 배럴당 3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8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1월 전망에 비해 각각 11달러씩 하락했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들은 지금이 시장에 복귀할 적기라고 주장한다. US뱅크웰스매니지먼트의 롭 하워스 선임 투자전략가는 "현재가 가장 싼 지점"이라며 "작년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로 올해 봄부터 계절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레드베리캐피탈의 마이클 알살렘 CIO(수석투자책임자)는 "에너지기업들이 모두 나쁘다는 판단은 나쁜 것을 버리려다 좋은 것까지 함께 잃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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