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녹인 ELS' 늘어나는데… 투자 조건 잘 따져봐야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6.02.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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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녹인 ELS도 만기 조건 미달되면 손실 날 수 있어

금융시장 불안으로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성을 강조한 상품이 늘고 있다. 녹인(knock-in, 손실구간 진입)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노녹인(no knock-in) 또는 저배리어 상품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노녹인 상품이라도 만기상환 조건을 충족 못 하면 손실이 날 수 있고 수익률이 낮은 점 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제시 조건별로 위험 수준이 다를 수 있고 향후 시장 전망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투자 판단도 필요하다.

◇투자기간 중 손실 조건 없는 노녹인 ELS 인기=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이번주 발행되는 공모 ELS 중 절반 이상을 노녹인으로 발행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10개 전부를, 미래에셋증권은 6개 중 3개를, 하나대투증권은 4개 중 2개를 노녹인으로 발행한다.



ELS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활용됐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최근 급락하면서 지수형 ELS도 대거 녹인에 들어가자 아예 녹인이 없는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LS는 보통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일에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의 가격(배리어)을 유지하면 증권사가 제시하는 수익률과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다만 기초자산이 투자 기간 중 반토막이 나, 녹인 배리어를 밑돌고 이후 주가가 회복되지 못해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노녹인 상품은 투자기간 중 가격 움직임에 상관없이 상환일의 배리어만 웃돌면 된다. 때문에 노녹인 상품이 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보수적인 고객들이 많아 지난해 발행된 ELS 물량 중 98%가 노녹인 상품"이라며 "상환 배리어도 80%대로 낮아 조기 상환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노녹인도 만기 조건 미달되면 손실 발생=그러나 노녹인 ELS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노녹인 상품은 제시 수익률이 낮아지는 데다, 노녹인 ELS도 만기에 상환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주 모집 중인 미래에셋 ELS 제8671회(녹인 상품)와 미래에셋 ELS 제8675회(노녹인 상품)을 비교해보면 두 상품 모두 홍콩항셍지수(HSI),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EuroStoxx)50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 상환 배리어가 정확히 같진 않지만, 연간 제시 수익률이 제8671회는 10.10% 제8675회는 연 8.10%로 2%나 차이가 난다.

녹인 ELS는 수익을 내고, 노녹인 ELS는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제8671회는 상환 조건이 85-85-85-85-85-85(녹인 45%), 제8675회는 85-85-85-80-80-55(노녹인)이다. 제8671회는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 상환일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85% 이상이면 상환되고, 제8675회는 55~85%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만기일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50%일 경우, 제8671회는 만기 조건(85%)를 채우지 못했지만 투자기간 중 기초자산의 가격이 45%를 밑돈 적이 없으면 연간 10.10%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제8675회는 만기 조건(55%)를 미달했으므로 손실이 나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크게 갈리는 만큼 증시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야 한다"며 "무조건 녹인 ELS냐 아니냐로 안전성을 가르기보다는 증시의 향후 움직임을 어느 정도 예상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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