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쩌자는 거냐" 朴대통령, 20분간 책상 치며 울분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6.02.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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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상보)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 "국민 희생된 뒤 테러방지법 통과시키겠단 얘긴지"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때론 책상을 내려쳤고, 때론 10초 간 말을 멈춘 채 답답함을 삭였다. 24일 청와대에서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를 주재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20분 간에 걸쳐 울분을 토해냈다.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테러방지법 제정안 등 핵심법안들이 야당의 반발로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는 데 대한 격정 토로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1400일이 넘는 동안에 서비스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지금도 통과시킬 생각이 없는 것이냐"며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법안이 발의된) 1400여일 전에 서비스법이 통과됐다면 지금 서비스산업의 일자리는 제조업의 몇배가 된다"며 "그러면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미래를 희망차게 설계하고 있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법에 대해 박 대통령은 "일자리를 더 늘려 우리 청년들과 중장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뻔히 알면서도 법에 가로 막혀 그것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자다가도 몇번씩 깰 그런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있는데,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노동시장을 개혁시키지 못하면서,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법을 가로막으면서 어떻게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겠냐 하는 자조섞인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환자를 위해 옷과 약을 다 준비해 놓고 법이 가로막아서 '이 옷을 입지 마라', '이 약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비유하면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야당이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해 처리를 저지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사회가 불안하고 어디서 테러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황 하에서 경제가 발전을 할 수가 있겠느냐"며 "많은 국민이 희생을 하고 나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얘긴지, 이건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에게 얼마든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고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하면 국민이 지지해서 뭐할 것이냐"며 "이렇게 돼야만 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국회가 그것을 막아 놓고 어떻게 국민한테 또 지지를 호소할 수가 있느냐 이 말이다"라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이 말을 맺은 뒤 감정을 삭이듯 약 10초 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국회가 끝나기 전에 적어도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도리는 다 하고 끝을 맺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핵심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제는 국정운영기조를 일자리 중심으로 더 강화해야 한다"며 "모든 목표를 일자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정책을 생각하더라도 이것이 투자에 도움이 되나 안되냐, 이것이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냐 안 되냐, 이것을 우선적으로 생각을 하고 일자리에 도움이 안 된다면 과감하게 버려야 된다"고 했다.

또 "정책 추진 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장기적으로 모든 정책에 대해 고용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거시경제의 패러다임을 고용률로 전환해야 나가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저는 사실 성장률보다 고용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자문회의에선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방안 △노동개혁의 효과와 추진전략 △청년과 여성 일자리 증대방안 등이 논의됐다. 회의에는 민간 자문위원과 황교안 국무총리,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이영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모든 정책을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는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방안을 제안했다. 이 부의장은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해 국정운영 방향을 '구조개혁과 경제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거시 경제를 성장률 뿐 아니라 고용률에 목표를 두고 운용하고, 모든 정책에 고용영향평가를 전면 실시할 것을 제언했다.

이 부의장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범부처 추진 체계를 강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정부 역량을 총결집할 것을 건의했다. 세부방안으론 △월 1회 일자리중심 국정운영 추진회의 개최 △소관 부처별 책임제 도입 △청년·여성 고용대책 추진체계 별도 운영 등을 제안했다.

또 자문회의는 '노동개혁의 효과와 추진전략'에 대한 보고에서 △조속한 노동개혁 5법 입법 완료 △노동개혁 추진 방식 전환 모색 △추가 개혁 추진 △교육개혁과 동시 추진 등 4가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노동개혁 추진 방식 전환 방안으로 청년·비정규직 등 과소대표 계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도록 노사정위원회 대표성을 강화하고 전문가 중심의 공익안 마련‧공론화 협의 강화 등 현행 합의 중심의 노사정 의사결정 방식에서 탈피할 것 등을 제언했다.

한편 '청년과 여성 일자리 증대방안'으로는 △재정지원 일자리정책을 효율성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 △고용존·청년희망재단 중심 민관협업추진 △기업에서 개인으로 고용보조금 지원방식 개선 △저소득층 근로청년에 대한 일자리 지원 △수요자 맞춤형으로 일자리지원정책 홍보 강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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